경제·금융 금융가

"청년창업 100곳에 직접 투자"…손태승 우리은행장 파격실험 통할까

350억 자체재원 마련…내달 공모

美실리콘밸리 벤치마킹 나선 듯

손태승 우리은행장



우리은행이 청년창업기업 100곳에 대출 방식이 아닌 직접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은행이 벤처기업에 대출이 아닌 지분투자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어서 은행권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청년창업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를 위해 350억원의 자체 재원을 마련, 다음달 공모를 거쳐 하반기에 청년창업기업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사내 투자협의회를 통해 구체적인 투자금액을 결정하는데 한 곳당 2억~5억원 범위 내에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계산으로 100개의 청년창업기업이 투자대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대상은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 지원을 받아 어느 정도 사업이 안착된 기업들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벤처기업에 대한 직접 대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경험을 쌓는 차원에서 이번에는 신보나 기술보증 등 정부 자금이 투입된 청년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골라 직접투자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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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들은 지금까지 청년창업기업에 대한 대출에 주력해왔다. 이것마저 금융 자회사를 활용하거나 신보나 기보 등에 출연해 대출을 지원하는 식의 간접투자 위주로 진행됐다. 스타트업에 대한 대출은 은행 차원에서 전담하기에는 대출 규모가 너무 작고, 부실 리스크는 커 적극 나서길 주저해왔다. 청년 창업가들로부터는 시중은행의 지원을 체감하기 힘들고 대출과정도 어렵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대출과정이 어렵다 보니 담보력이 떨어지는 청년 창업가들은 신용대출 등에 의존해왔다. 실제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주요 4대 시중은행 모두 청년창업자금 대출 계수 같은 실적이나 통계를 정리해놓은 곳이 아예 없다.

은행권에서 100개 기업에 대한 직접투자에 나선 것은 우리은행이 사실상 처음이다. 금융권에서는 손태승(사진) 우리은행장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벤치마킹해 은행이 기술기업에 직접투자하는 모델을 정착시키고 이 과정에서 인력 등을 키우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청년창업 투자는 엔젤투자로 소액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시중은행 성격에는 맞지 않아 꺼려온 게 사실”이라며 “우리은행이 실험적인 시도에 나선 것으로 보이고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손구민·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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