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1,000만 시대, 인류 최초의 가축인 개는 예전처럼 집을 지키는 가축보다는 반려자나 가족으로서의 의미가 더 커졌다.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개라고 답하기를 주저할 수 없을 만큼 인간문화와 많은 부분이 동질화돼 스토리를 공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람을 살려낸 의견(義犬)에 관한 이야기는 일제강점기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될 정도로 익숙하다. 술에 취해 쓰러진 주인을 화재로부터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전북 임실의 오수견을 비롯해 밀양·구미 등 전국의 스무 곳 이상에서 유사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또한 화재로부터 생명을 구한 개의 이야기는 요즘에도 세계 곳곳에서 뉴스가 되고 있다.
특히 우리 민속에 개는 불을 막는 동물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서울 광화문 해태상도 원래 사자개가 원류라는 설이 있으며 구한말 그것을 본 외국인들은 ‘파이어 독(fire dog)’이라고 기록하기도 했다.
광화문 해태가 아니더라도 개는 소방과 매우 밀접한 존재다. 소방에는 두 종류의 교육기관이 있는데 하나는 소방학교이고 다른 하나는 강아지를 인명구조견으로 키워내는 인명구조견센터다. 현재 전국 소방기관에는 29두의 인명구조견이 배치돼 있으며 16두가 전문훈련을 받고 있다.
인명구조견이 배치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총 4,500여회의 국내와 해외출동을 통해 340여명을 구조하는 공적을 거뒀다. 인명구조견은 탁월한 후각과 청각능력은 물론이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꼭 찾아내겠다는 사회성과 책임감이 강해야 자격을 인정받는다. 119구조대 마크가 구조견의 얼굴인 것은 구조대원의 정신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반려견 1,000만 시대의 이면에 유기견 문제나 식용금지 논란이 있는 것처럼 개가 소방의 고민일 때도 있다. 개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동물구조 119신고가 무분별하다는 여론 때문이다. 떼를 지어 동네를 돌아다녀 위험해 보이는 큰 개들, 부상을 당해서 구조가 필요한 개 등 연평균 5만여건의 119 출동이 있다. 이에 대해서 개도 119가 구조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있지만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사안은 아니다.
개는 누구나 쉽게 포획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기술과 경험이 있는 여럿이 장비를 이용하고 작전을 세워야 가능한 것이다. 개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사람을 공격하거나 교통사고 유발요인이 되는 등 이차적인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도 동물구조는 필요하다. 다만 단순 사체처리와 같이 위험성이 낮은 경우에는 유관기관에 안내해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있다.
소방에 있어 개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동료이자 구조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정부가 발의한 개헌안에도 동물의 권리가 명시됐었다. 즉 인간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나라가 우리가 바라고 만들어가야 할 세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