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정치권과 정비 업계에 따르면 박원순·김문수·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3인의 재초환 및 재건축 등 부동산 정책 방향이 확연히 다르다.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재건축을 규제하는 현 정부의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 올해부터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를 철저히 시행해 이를 강남·강북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또 재건축이 집값 상승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현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춰 지난 임기 때 해온 것처럼 △이주 시기 조정을 통한 정비사업 속도 조절 △조합 실태점검 강화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 후보는 “지난해 말까지 재건축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한 단지의 법적 미비 요건을 검증해 부담금의 탈법적 면제를 막겠다”며 “재건축 부담금의 서울시 귀속분을 저개발 지역 기반시설 확충과 임대주택 공급에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대신 기존 건물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리모델링이나 도시재생을 강조하고 있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박 후보와 정반대 공약을 외치고 있다. 그는 박 시장의 규제 위주 정책이 서울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주거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초과이익환수제부터 재개발·재건축 규제까지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초환은 법률로 정해진 사항이라 서울시장의 권한만으로는 실행할 수 없어 당의 지원을 받아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이종구 의원 등 한국당 의원 11명은 이달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폐지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김 후보는 “박 후보가 무조건 재개발·재건축을 규제로 막으니 개인의 재산권 행사가 침해받고 주택공급이 줄어 집값이 상승한다”며 “당선되면 재건축·재개발 허가 도장을 제일 먼저 찍어주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목동·강남 등 재건축·재개발 사업 기간을 현재의 2분의1 수준으로 단축하고 한강변 아파트 35층 층고 제한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초과이익환수제를 시행하되 투기 목적이 아닌 실거주자와 1주택자의 부담을 줄이는 ‘보완책’을 내놓았다. 재초환 세금을 내기 위해 자기 집을 팔아 현금을 만들어야 하는 수준까지 가서는 안 된다며 실거주자를 위한 분할 납부, 물납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또 박 후보를 겨냥해 “뉴타운 지정 해제만 추진하다 뉴타운 지구를 폐허로 변하도록 방치했다”며 ‘준공영 개발 방식’ 추진을 제시했다. 사업성이 낮은 뉴타운·재개발 지역에서 주민투표 등을 통해 서울시 준공영개발에 대한 찬반 의사를 결정하고 토지신탁회사(서울토지신탁)를 서울시 출자로 신설해 조합 토지를 수탁받게 한다는 것이다.
3명의 후보는 25일 열리는 ‘서울 미래도시 재건축·재개발 시민연대(서미연)’ 발족식에서 재건축 등 부동산 정책 관련 공약을 자세히 설명할 예정이다. 서미연은 서울시의 35층 층고 제한 등 재건축 규제 철폐를 요구하기 위해 서울 36개 정비사업 단지가 모여 구성한 단체다. 서미연에 참여하는 압구정 5구역의 권문용 조합설립추진위원장은 “서울시장 후보들을 발족식에 초청해 재건축 관련 정책 사항을 듣고 우리의 의견을 공약에 반영할 지지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이주원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