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40대 미만 유방암 환자들은 폐경 후 백인 유방암 환자에 비해 유전자 변이 등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세포가 매우 공격적이고 진행속도가 빠른 난치성 환자가 많은 이유가 일부 확인된 셈이다.
24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삼성암병원 남석진(유방외과)·박연희(혈액종양내과) 교수와 박웅양 삼성유전체연구소 소장,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젠얀 칸 박사팀은 이런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의 폐경 전 유방암 환자 중 예후가 특히 나쁜 40세 미만 187명(평균 39.3세)과 국제 암유전체 컨소시엄 데이터인 TCGA에서 폐경 후 백인 유방암 환자(평균 58.3세)의 암 조직 유전체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40대 미만 유방암 환자 가운데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가 있는(ER+/HER2+) 비율은 16.1%로 백인 여성(5.4%)의 3배가량 됐다. 유방암 등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BRCA 및 TP53 유전자 변이율은 10.8%, 47.9%로 백인 여성(4.7%, 32%)의 2.3배, 1.5배였다.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고(ER+) 암의 활성도가 높거나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가 있어(HER+) 치료가 쉽지 않은 루미날(luminal) B형은 39.2%로 백인 여성(33.2%)의 1.2배였다.
반면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있지만(ER+) 암의 활성도가 낮아 상대적으로 예후가 좋은 루미날 A형은 28.3%로 백인 여성(43.7%)의 3분의2 수준에 그쳤다. 면역세포인 종양 침윤성 림프구(TIL)가 증가해 있고 유방암세포 성장억제인자(TGF-β)의 분비량도 적었다.
박연희 교수는 “폐경 후 유방암 환자가 85%를 차지하는 백인 여성과 달리 우리나라 젊은 유방암 환자들은 ‘타목시펜’ 같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차단제가 잘 듣지 않고 항암제를 써야 하며 치료 효과가 낮은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40대 미만 유방암 환자는 암세포가 매우 공격적이고 진행 속도가 빠르며 각종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아 예후가 나쁜다. 이런 유방암 환자가 우리나라는 18% 안팎으로 5% 이하인 미국의 3.5배가량 된다. 박 교수는 “폐경 전 한국 여성에 초점을 맞춘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데 이런 연구를 통해 폐경 전 젊은 유방암 환자 진료지침을 우리 현실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