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文개헌안 좌초... 더 꼬이는 민생법안 처리

野4당 "정부·與 협치포기" 불참

의결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靑·與 "호헌세력·직무유기" 비판

민생법안 등 국회일정 난항 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4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헌법개정안에 대해 투표하고 있다.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진 표결 결과 개헌안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 상황이 됐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4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 헌법개정안에 대해 투표하고 있다. 야당이 불참한 가운데 치러진 표결 결과 개헌안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투표 불성립 상황이 됐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정부 개헌안이 24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졌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좌초됐다. 30년 만에 발의된 개헌안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처리되지 못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여당은 투표에 불참한 야당을 ‘호헌세력’으로 몰아세운 반면 야권은 ‘협치 포기 선언’이라고 맞섰다. 개헌안 무산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충돌하면서 민생법안 처리 등 향후 국회 일정도 난항이 예상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예고한 대로 이날 오전10시 본회의를 열고 정부 개헌안을 상정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문 대통령을 대신해 개헌안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자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 의원들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개헌안 표결 강행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찬반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야당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본회의에 출석하라”며 투표 참석을 촉구했다. 하지만 야 4당은 끝내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결국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표결에 부쳐졌다. 재적의원 288명 가운데 114명만 표결에 참석해 의결정족수(192명)에 미달되자 정 의장은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헌법은 개헌안 표결을 ‘공고 후 60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개헌안을 다시 투표에 부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로써 지난 1987년 개헌 이후 약 31년 만에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에 올랐지만 상정된 지 한 시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제헌 헌법이 제정된 후 대통령이 개헌안을 제출한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지만 투표 불성립이 선언된 것은 사상 최초다. 정 의장은 “개헌 추진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국회가 여야 합의로 개정안을 내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며 국회 차원의 개헌안 마련을 당부했다.


개헌안 처리가 무산되자 민주당은 야당을 ‘호헌세력’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헌법에 따른 개헌안 의결 의무를 저버린 야당들은 낡은 헌법을 지키고자 하는, 이유도 없이 당리당략에 따르는 호헌세력임을 스스로 증명했다”며 “국민이 바라는 개헌을 관철해야 할 시대적 사명과 역사적 책무를 저버린 야당을 국민이 반드시 기억하고 응징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청와대도 개헌안 무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열고 “매우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야당 의원들이 위헌 상태인 국민투표법을 논의조차 하지 않은 데 이어 개헌안 표결이라는 헌법적 절차도 불참한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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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들은 개헌안 표결을 강행한 정부 여당에 책임을 돌리며 응수했다. 자유한국당은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개헌안 표결 강행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헌 무산 책임을 야당에 돌리려는 정치적 술수이자 야 4당과의 협치 포기”라고 반발했다. 바른미래당도 “여당의 선거용 정략이자 몽니”라고 쏘아붙였다.

개헌 무산의 책임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면서 향후 국회 운영에도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추가경정예산과 드루킹 특검 동시처리 합의로 국회를 정상화하면서 오는 28일 민생법안 등을 처리키로 약속한 상태다. 전날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4일 본회의가 강행되면 28일 법안처리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현상·이태규기자 kim0123@sedaily.com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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