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 인상과 국내 포퓰리즘 정책으로 터키 리라화가 폭락하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터키 국채 매수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투자카페에서는 아르헨티나나 터키에 투자하면 2~3년 전 브라질 국채와 같은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펀더멘털의 붕괴로 자칫 지난 2015년 브라질 헤알화 폭락과 같은 환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24일 금융투자 업계 등에 따르면 터키 리라화는 이번 주에만 달러 대비 6% 이상 하락해 5월에만 17.6% 폭락했다. 환율 폭락에 터키 중앙은행이 전일 정책 금리를 기존 13.5%에서 16.5%로 3%포인트 올리며 10년물 국채금리는 현재 15%까지 올라갔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한 가장 큰 이유는 달러 강세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여파로 일부 취약한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통령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낙폭이 커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최근 “대통령이 통화정책에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금융시장 불안을 키웠다. 화폐 가치 안정을 위해 정책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선거 이전까지 현재의 금리 수준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탓이다. 박 연구원은 “터키 중앙은행이 다행히 정책 금리를 인상했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에는 터키 국채 매입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서울 강남 증권사 지점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리라화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저가 매수를 하고 싶다는 상담자가 찾아온다”며 “터키는 고위험 투자인 만큼 투자 성향을 꼼꼼하게 분석해야 해 대부분 투자를 권하지 않지만 투자자가 원할 때는 중개를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해외채권 판매가 활발한 NH투자증권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까지 약 110억원가량의 터키 채권이 판매됐다.
증권사 채권판매 담당자들은 환율이 낮기 때문에 저점 매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대부분 시장 전문가들은 투자를 보류하라는 입장이다. 판매 규모가 미미해 2015년 브라질 헤알화 폭락 때처럼 대규모 환손실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현시점의 투자는 위험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 금리가 3%에 달하는 상황에서 아르헨티나·터키 등 경제가 취약한 국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력이 낮아진다”며 “정부가 경제성장 동력을 위한 정책을 내지 않는 상황에서 중앙은행 역할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외국인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부채 상환 능력이 의심되는 국가보다는 비교적 견조한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이익 전망도 긍정적인 신흥국 국가의 상대적 매력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