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김신명숙 "존경·신성함의 상징 女神문화, 페미니즘 혐오 완화에 힘 될것"

['여신을 찾아서' 펴낸 김신명숙]

마고할미·여성 몸 형상 첨성대

선사시대부터 女神 전통 존재

평등 기반으로 공동체 중심 이뤄

뒤틀리고 은폐됐던 여성상 치유

주체적 여성들에 미래 비전 돼줘

‘여신을 찾아서’ 저자 김신명숙 작가 인터뷰./권욱기자‘여신을 찾아서’ 저자 김신명숙 작가 인터뷰./권욱기자



미투(Me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의 확산으로 최근 페미니즘은 가장 ‘핫한’ 사회적 이슈이자 학문의 주제가 됐다. 1997년에 발간된 한국 최초의 페미니즘 잡지 ‘이프’의 편집인을 지내며,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미스코리아 대회를 폭파하라’ 등을 펴내며 페미니즘을 주도했던 김신명숙(57·사진)은 한국 페미니즘의 아이콘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10년 동안 그리스의 크레타 섬 여신순례를 비롯해 제주도, 지리산, 경주 등을 돌며 국내외 다양한 여신문화를 담은 ‘여신답사기’인 ‘여신을 찾아서’를 펴냈다. 책을 통해 우리 역사에도 분명히 존재하며 남성 신 못지않게 그 힘이 막강했던 ‘여신’들로 대표되는 여성의 흔적을 재발견해 남성중심적인 역사 해석에 과감한 도전을 시도한 그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역사에는 여신이 많고, 페미니즘의 문화가 아주 많다”고 말했다.

‘여신’ 하면 아름다움이 강조되는 여자 신을 떠올리지만 김신명숙이 재발견한 한국의 ‘여신’은 ‘남신’과 동등한 권력을 가진 당당한 주체들이다. 특히 그는 우리 역사 중 선덕·진덕·진성여왕 등 여왕이 세 명이나 있었던 신라사에 주목했다. 수수께끼 같은 역사가 많은 신라사를 여성과 여신의 시각으로 보면 의문점이 상당 부분 풀린다는 것. 그는 “세 명의 여왕, 첨성대와 포석정의 정체, 금관과 금허리띠의 상징 등 신라사에는 유난히 수수께끼가 많다”며 “왕의 무덤에서는 금동관이 나왔는데 왕비묘에서는 화려하기 그지없는 금관이 나온 점, 화랑 이전에 원화(화랑의 전신으로 귀족 출신의 여성 두 명을 뽑아 단체의 우두머리로 삼고 300여 명의 젊은이를 거느리게 한 제도) 등 이 모든 것들이 지금도 논쟁거리로 남아 있는 것은 신라의 역사를 남성중심적으로만 조명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강력했던 신라의 여신상을 되살려 이 수수께끼를 다루면 놀랍게도 새로운 답들이 나온다”며 “여신상이자 신전으로서 첨성의 기능을 했던 첨성대, 남산여신의 성소였던 포석정, 여신상징으로 장식된 금관 금허리띠는 특히 하늘과 땅과 바다의 여신들을 보증했던 왕권의 상징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첨성대의 모양은 여성의 몸을, 가운데 네모난 창구는 자궁을 각각 상징한다”며 “신성한 여근을 당당하게 과시하고 있는 첨성대는 현재 한국 사회를 향해 ‘여성혐오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중지하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신을 찾아서’ 저자 김신명숙 작가 인터뷰./권욱기자‘여신을 찾아서’ 저자 김신명숙 작가 인터뷰./권욱기자


김 작가는 ‘여신을 찾아서’에서 최초로 현대 서구에서 부활한 여신영성과 여신운동을 소개하면서 유구하고 강렬한 한국 여신전통에 해서도 탐구했다. 그는 “여신 하면 우리는 그리스 신화의 여신들부터 떠올리지만 우리에게는 고대 그리스 이전 선사시대의 위대한 여신 전통이 있었다”며 “마고할미나 설문대할망 등 위대한 여신의 전통이 우리 문화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배와 전쟁으로 점철된 가부장 문화와 달리 여신문화는 평등한 공동체를 기반으로 전쟁을 모르는 삶, 자연을 경외하며 조화를 이루는 삶을 꽃피웠고, 여성들이 공동체의 중심에서 존경받았으며, 여성의 몸은 신성함의 상징이었다”고 역설했다.


미투 캠페인을 비롯해 스튜디오 성추행 피해 여성 등 여성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는 현실은 비일비재하며, 여자 연예인들이 여성 인권 발언을 하거나 페미니즘 관련 서적을 읽었다라고 알려지면 일부 남성들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한다. 김신명숙은 이러한 현실에 대해 남성중심사회로 인해 은폐됐지만 페미니즘적인 우리 문화유산이 힘이 돼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한편 여성들에게 자존감과 주체적 힘, 대안적 비전을 주는 치유와 변화의 영성 페미니즘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국사회는 깨어나는 여성들의 의식으로 요동치고 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그 에너지는 우리 사회가 키워낸 소중한 자원”이라며 “주체적이고 강인하며 자존감 넘치는 여성들의 미래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신은 여성들에게 억눌리고 은폐됐던 여성의 힘, 여성 몸의 신성성, 여성의 연대를 선사한다”며 “그리하여 그 힘으로 뒤틀린 모든 관계들을 치유하고 이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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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책은 풍부한 사진 자료 등을 통해 국내외의 역사적 유물을 통해 여신의 흔적을 보여줘 다소 낯선 여신의 개념을 쉽게 보여준다. 이뿐 아니라 여신 스토리 발굴이라는 코너를 통해서는 영화 ‘아바타’와 소설 ‘다빈치 코드’ 등 대중문화가 불러낸 여신신앙, ‘풍요의 여신 가믄장아기 살림정신을 구현한 만덕’, ‘화가 천경자의 수호신 뱀’ 등 흥미로운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사진=권욱기자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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