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가 앞 김밥집에서 일하던 40대 여성 A씨는 지난 1월 일을 그만뒀다. 올 들어 최저임금이 16.4% 오르자 주인이 무인자판기를 들여놓았기 때문이다. 한 달에 200만원가량 되던 수입도 덩달아 사라졌다. 미용전문대학에 다니며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B씨도 최근 생활이 빠듯하다. 인건비 부담에 점주가 직접 일을 하면서 근무시간이 줄어든 탓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복지 확대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아래서부터 무너지고 있다. 임금을 올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꿨지만 일자리는 줄고 서민층의 소득은 감소하는 것이 수치로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의 올 1·4분기 소득은 128만6,7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감소했다.
1분위의 근로소득은 47만2,900원으로 13.3%나 빠졌다. 반면 5분위 소득은 9.3% 늘었다. 양극화 정도를 보여주는 5분위 배율은 5.95로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최악이다.
1분위 소득감소는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업종의 고용축소와 맞물려 있다.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는 지난해 6월 이후 11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은 12만3,000명으로 3개월 연속 10만명대에 그쳤다. ‘소득 증가→수요 확대→경기 활성화 및 일자리 증가’라는 소득주도 성장의 공식이 먹히지 않는 셈이다. 이와 관련, 이정민 서울대 교수와 전현배 서강대 교수는 25일 근로자 10명 중 1명만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해당 기업의 고용증가율은 2.2~3.4%포인트, 신규채용 증가율은 0.7%포인트, 기존고용 유지율은 1.5%포인트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저임금이 저소득층의 일자리를 줄여 소득이 줄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며 “정부가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과소평가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영필기자 임지훈기자susop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