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정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강압’과 ‘권모술수’를 권력의 요체로 파악했다. 그는 16세기에 펴낸 저서 ‘군주론’에서 “지도자는 능숙하게 속임수와 간계를 부릴 줄 알아야 하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폭력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무자비한 폭력을 동원해서라도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우는 자만이 새로운 시대의 군주(The New Prince·‘군주론’의 영어 제목)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의 대커 켈트너 심리학과 교수가 쓴 ‘선한 권력의 탄생’은 마키아벨리가 전파한 권력에 대한 오랜 통념을 과감하게 뒤집는다. 저자는 독재 정치가 횡행했던 과거와 달리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지도자가 물리적 힘에만 의존할 경우 권력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간파한다. 권력에 취해 민주주의 가치를 짓밟고 시민의 목소리를 억압하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권좌에서 끌려 내려올 각오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켈트너 교수는 이를 ‘권력의 역설’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실험 결과를 통해 논지를 펼친다.
링컨이 오늘날에도 수많은 미국 시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이유를 너그럽고 포용적인 성격에서 찾는가 하면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월등한 사람이 결국 한 조직의 리더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시대의 흐름 속에서 확연히 달라진 권력의 속성을 추적하는 저자의 분석은 세계 정치사를 통틀어 보기 드문 ‘대통령 탄핵’으로 지도자를 갈아치운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책은 ‘권력의 역설’이 지닌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지도자가 사사로운 욕망과 타인에 대한 관심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인의 삶을 윤택하게 만듦으로써 우리는 세상을 바꿀 수 있지만, 그 권력과 특권을 이용해 충동에 휩싸인 소시오패스가 될 수도 있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