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4월까지 마약 밀수 적발 규모가 지난해 한 해 치에 달하며 마약 청정지대로 알려진 한국에 빨간 경고등이 켜졌다.
26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4월 마약류 밀수 적발 실적은 161건, 62.6㎏(시가 1,002억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적발된 마약 밀수가 429건, 69.1㎏(시가 88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금액 기준으로는 넉 달 만에 2017년 한 해치를 100억원 이상 뛰어넘었고, 중량도 90% 수준에 달한 셈이다.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적발 건수나 규모, 금액 등 모든 조건이 연간 기준 최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품목별로 적발 건수가 가장 폭증한 마약은 대마로 82건, 10.9㎏(2억6,200만원)가 반입돼 지난해 같은 기간(26건, 2.2㎏)보다 건수는 3배, 중량은 5배 늘었다. 북미와 유럽 등지가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데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 한인이 가장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등 8개 주가 기호용 대마를 용인하며 여행자나 유학생 등을 통한 밀반입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적발 규모가 가장 급증한 종류는 코카인으로 지난해 전체 0.1㎏로 4억원어치가 들어왔지만 올해 4개월간 8.2㎏, 무려 245억원어치가 반입됐다.
금액기준으로 가장 많은 마약은 최근에도 논란이 된 메트암페타민(필로폰)으로 4월까지 32건, 25.7㎏, 752억원어치다. 지난해 같은 기간(321억원)보다 금액 면에서는 두 배를 웃돌고 지난해 한해(880억원)치에 근접한다. 필로폰의 경우 기존 중국에서 주로 들어왔지만 최근 대만과 미국, 태국 등 여러 나라로부터 밀수가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티용 마약으로 불리는 MDMA 등 신종마약 적발 건수는 1~4월 38건, 6.6㎏로 지난해(70건, 7.1㎏)보다 건수는 적지만 중량은 비슷했다.
최근 마약 적발이 급증한 데는 절대적으로 반입량 자체가 많아진 원인도 있지만 관세청의 적발 역량이 강화된 점도 한몫했다.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주요 공항과 항만 세관에 엑스레이검색기와 마약탐지기 등 장비를 확충했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밀수 가능성이 높은 후보군을 추려 정밀검색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39년 만에 검사 출신으로 관세청장에 오른 김영문 청장이 검찰 시절 다년간 마약 수사에 몸담았던 점도 주요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