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최저임금 급등 후폭풍? 올들어 노인 빈곤층 대거 급증

최저임금 영향 큰 임시·일용직 축소로 타격 받은 듯

소득 1분위 중 70세 이상 비중 30%대서 43%로 급증

근로소득보다 정부 보조 등 이전소득이 더 많아져

올해 들어 70대 이상 노인 가계가 대거 빈곤층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연합뉴스올해 들어 70대 이상 노인 가계가 대거 빈곤층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가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연합뉴스



올해 들어 70대 이상 노인 가계가 대거 빈곤층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급여를 받은 70세 이상은 30% 가까이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 급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급감한 가운데 젊은 세대와의 구직 경쟁에서 탈락한 여파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7일 기획재정부는 올해 1분기에 소득 5분위(5구간) 기준으로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이 크게 감소한 원인으로 고령 가구주 비중이 급증한 점을 꼽았다. 1분위 가구는 명목소득이 지난해 동기보다 8.0% 줄었고 이 가운데 근로소득은 13.3% 감소했다. 이는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하락폭이다.


통계청 미시데이터 분석 결과 1분위 가구주 가운데 70세 이상 비중은 지난 2∼3년간 30%대 중반을 오가다 올해 1분기 들어 갑자기 43.2%로 급등했다. 1분위 가구주 가운데 70세 이상 비중은 1년 만에 6.5%포인트 급등해 40%를 돌파한 반면 50대 이하는 35.8%, 60대는 21.0%로 각각 2.6%포인트, 3.9%포인트씩 떨어졌다.

올해 1분기에 소득 1분위 2인 이상 가구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128만6,700원이다. 2013년 1분기(128만9,806원) 이후 5년 만에 처음 120만원대로 추락했다. 이는 올해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 284만7,097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중위소득 50% 이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수입이나 저축이 적고 의지할 사람이 없는 노인을 가리키는 이른바 ‘하류노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하류노인은 일본의 빈곤생활자를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대표인 후지타 다카노리가 제시한 개념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기초생활 수급 정도 소득으로 사는 고령자를 뜻한다.


소득 1분위 가계의 월평균 명목소득에서 이전소득 비중은 46.4%로 근로소득(36.8%)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 이전소득은 생산활동을 하지 않아도 정부가 무상으로 보조하는 소득 등을 뜻한다. 한마디로 근로소득이 아닌 정부 등의 지원에 따른 소득이 더 많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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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분위에 가구주가 70대 이상인 노인 가구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이들이 많이 종사하는 도소매·음식숙박업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급감한 점을 꼽고 있다. 최근 도소매·음식숙박업은 업황 위축에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일자리가 줄거나 근로자의 일하는 시간도 줄어드는 추세다. 임시일용직에서도 괜찮은 임시직이 줄고, 일용직이 대거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차하위계층인 소득2분위(하위 20∼40%)나 중위계층인 소득3분위(하위 40∼60%)에 있던 70대 이상 노인 가계가 대거 1분위로 추락한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1분기 임시·일용직은 607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8만1,000명 감소했다. 유럽발 재정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2013년 1분기(25만5,000명)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65세 이상 실업률은 7.1%로 1년 전보다 1% 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통계청이 현재 기준의 자료를 제공하는 1999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60세 이상 실업률은 5.4%로 2010년 1분기 5.8%를 기록한 후 8년 만에 최고였다.

이처럼 각종 실업 지표가 악화하면서 실업급여를 받는 노인들도 급증했다.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1분기 실업급여를 받은 70세 이상은 3,303명으로 작년 1분기(2,552명)보다 29.4%나 늘었다. 실업급여를 받은 60∼69세는 같은 기간 10만2,045명에서 12만1,618명으로 19.2% 증가했다. 나머지 연령대는 실업급여를 받은 이들이 감소하거나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66∼75세 상대적 빈곤율은 42.7%, 76세 이상 빈곤율은 60.2%로 비교 대상 38개 회원국 중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상대적 빈곤율은 중위소득 50% 이하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우리나라 66∼75세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평균 10.6%의 4배다. 76세 이상도 OECD 회원국 평균 14.4%의 4.2배에 이른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 14.4%와 비교하면, 66∼75세는 3배, 76세 이상은 4.2배로 훨씬 높았다.

이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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