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4차 산업혁명과 ‘사회혁신 4.0’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동아대 석좌교수

혁신 중요성 인식·지원 생태계

사회발전 성공 위한 핵심 열쇠

능력 있는 혁신가에 자금 지원

정부주도형 정책서 벗어나야

서상목 전 복지부장관



산업혁명이 경제발전은 물론 사회발전으로 이어진 것은 기술발전과 함께 산업화가 있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회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하는 이른바 ‘사회혁신’이 동시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사회복지는 산업혁명 과정에서 사회혁신의 핵심수단으로 활용됐다.

정보기술(IT)이 생물학·기계공학 등 다른 분야 기술과 융합해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특징인 4차 산업혁명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회문제로는 첫째 양극화 심화, 둘째 고용 절벽, 셋째 사생활 침해와 인간성 상실 등이 예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천하는 것이 ‘사회혁신4.0’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0여년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전혀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저출산 문제와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자살 문제 역시 혁신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사회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혁신과 혁신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지원하는 생태계가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복지계는 물론 정치권과 경제계에 사회혁신 친화적 리더십이 형성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우리 상황은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에 지금이 분위기 쇄신을 위해 국민적 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때라고 판단된다.


우선 사회혁신의 주체가 돼야 할 사회복지계는 민간 사회복지 재정이 자립형에서 정부의존형으로 전환되면서 ‘사회혁신가 정신’이 점차 쇠퇴하고 있다. 우리 민간 사회복지계는 한국전쟁 와중에서 고아와 전쟁 미망인의 발생으로 급증한 사회복지서비스 수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정부 대신 해오면서 그간 많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 중 일부 민간 사회복지법인은 활동 범위를 해외로 확대하는 등 변신에 성공했으나 상당수 사회복지법인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정부재정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계에 새로운 사회혁신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능력의 한계에 도달한 법인에 퇴로를 열어주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피로 수혈하는 방향으로 관계법과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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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혁신에 대한 정부의 철학과 정책 역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정부 주도 경제운용을 해온 우리 정부는 사회혁신 분야도 정부가 직접 관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정부가 인위적 기준을 정해 사회적기업을 지정하고 지정된 기업에 대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정부주도형’ 사회적기업 정책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사회금융 시장 활성화 등 사회혁신 생태계 조성에 주력하고 이를 통해 능력 있는 사회혁신가에게 필요한 자금이 시장 기능을 통해 지원되는 방향으로 기존의 정부주도형 사회혁신 정책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또한 사회혁신 분야에서 재계의 역할이 확대되고 활성화돼야 한다. 경제활동에서 혁신의 주체는 기업가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이러한 과정을 ‘창조적 파괴’로 묘사했다. 사회혁신 분야에서도 같은 방식이 적용돼야 한다. 기술혁신은 혁신 과정에서의 이득이 혁신을 주도한 개인이나 조직에 돌아가는 데 반해 사회혁신은 혁신의 이득이 사회 전체로 귀속되는 이른바 ‘사회적 성과’로 나타난다. 이 분야에서 기업의 역할은 두 가지다. 첫째는 기업활동을 통해 직접 사회혁신을 촉진하는 것이고 둘째는 자금지원을 통해 사회혁신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전자는 ‘공유가치 창출(CSV)’이라는 이름으로 현재 전 세계 많은 기업이 경제적 가치와 동시에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후자는 ‘기업사회공헌 (CSR)’ 형태로 비정부기구(NGO)의 사회혁신활동을 기업이 지원하는 방식이다. 후자는 정부의 사회혁신 지원정책과 비슷하지만 이 분야는 정부보다는 기업이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기업의 CSR나 CSV 활동은 기업 전체 차원의 경영전략이기보다는 홍보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 기술혁신 못지않게 사회혁신 분야에서도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재계 리더들이 사회혁신 활성화에 필요한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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