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한반도 24시] 북미정상회담의 걸림돌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미국 내 北 비핵화 불신 분위기

남이 북에 말려들 가능성 우려도

'쟁점별 간극 좁히기'가 타협 관건

진창수 세종연구소장



“사실관계 정보가 없으면 상황 설명도 허사일 수 있다.” 요즘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중지를 발표한 후 북미가 어떻게 교섭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현상을 정확히 판단하기에 그만큼 어려움이 따른다.

앞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전까지 어떠한 관측을 하더라도 그 수명 주기는 매우 짧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우선 가능한 것은 미국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추론하는 방법이다. 미국의 정책 서클 안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낮은 것이 사실이며 ‘트럼프 리스크’까지 포함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우려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무엇보다 대북제재의 약화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미 대북제재가 느슨해지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하고 있다지만 엄격하게 제재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벌써 북중 국경지대의 무역이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들이 잇따르는 것이 한 증거다. 이 때문에 미국은 앞으로 대북제재가 약해지면 외교적 수단에 따른 북한의 비핵화가 더욱 요원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이 대화로 나오면서 중국은 대북제재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한국 또한 점차 제재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강조하고 있었지만 대화 국면이 되면서 군사옵션의 효용성은 점차 줄어들게 됐다. 이렇게 미국의 외교적인 선택지가 줄어들면서 역설적으로 군사옵션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는 커졌다. 미국의 대북 강경파들은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할 것을 고려해 군사옵션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가 우려해야 할 대목이다.


둘째로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평화 프로세스가 점차 북한의 입장에 말려들 가능성에 우려를 표한다. 실질적으로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는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한국을 압박해 미국과의 관계에서 할 말을 하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가 너무 빨리 평화 논의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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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국의 정책 서클 분위기로만 북미 정상회담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트럼프와 김정은의 개인적인 변수를 고려해 복합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트럼프는 보좌진의 의견에도 본인의 정치적 고려에 따라 북미 합의를 이끌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고려를 우선해 북미의 타협을 정치적 승리로 포장하고 합의를 진전시킬 가능성이 아직도 남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북미 정상회담 중지가 협상의 한 과정이라고 보는 전문가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한편 김정은에게는 중국에 보험을 들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성공적으로 교환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이것이 되지 않더라도 대화 국면으로 국제제재에 틈을 만든 것은 김정은에게 이미 일종의 성과다. 이 때문에 북미 협상을 지속하면서 더욱더 대화의 국면을 만드는 것은 김정은으로서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 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더라도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정치적인 계산이 아직도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상황이 중재외교를 자임하고 있는 한국에는 상당한 부담이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이 불투명한 지금 기존의 ‘핵동결 대 핵폐기’ 논쟁이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북한의 비핵화는 결국 쟁점별 간극을 얼마나 좁힌 상태에서 북미가 서로 타협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은 북미의 타협 가능성에 따른 쟁점별 세부사항을 점검해 독소조항을 어떻게 제거할 수 있는지에 많은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또 한미 양국은 북한 비핵화의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에 따라 적어도 실천 가능한 조치들의 밑그림을 함께 그릴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우리가 비핵화 협상을 너무 낙관적이거나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미국 조야의 인사들이 한국 정부를 북한의 대변자로 생각하는 것은 반드시 막고 한국의 역할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내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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