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남북 농업협력의 산증인이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농수산사업단 상임이사를 맡아 개성공단 인근 송도리 협동농장 등에서 현장을 진두지휘한 몇 안 되는 현장전문가다.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남북 농업협력이 대화 주제에 오르자 기다렸다는 듯 거침없이 자신만의 견해를 피력했다.
이 사장은 농업협력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존 남과 북의 농업협력은 군사적 긴장을 어떻게 하면 완화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 보조적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이 있다”며 “지금부터는 ‘한반도의 농업 정책을 어떻게 갈 것’이라는 개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제한적이었던 농업협력 분야도 확대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장은 농업협력 분위기가 조성되면 aT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T는 지난 2002년부터 2010년까지 쌀 220만톤의 대북지원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이 사장은 “사장 본인부터 과거 통일농수산사업단 시절 남북 공동 영농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고 aT 역시 대북지원 경험이 축적돼 있다”며 “아직 조심스럽지만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는데 남북 농업협력 사업이 추진될 경우 공사가 대북 사업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사장은 남북의 오랜 단절로 농업협력에서도 어려움이 존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남북의 농업 관련 용어도 다르지만 농업에 대한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농업은 상품화에 방점이 찍힌 방면 북한은 총량 생산을 중시합니다. 예를 들어 사과나 복숭아들을 크고 품질이 좋게 기르기보다는 생산 개수를 최대한 늘리는 데 관심을 기울입니다. 그러다 보니 농업 기반이 많이 무너졌습니다.”
그러면서도 북한 농업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의외로 북한 농업협동조합을 가보면 농업대학을 나온 책임자들이 있다”며 “북한의 농업 책임자들과 우리나라가 농업 관련 자재 산업과 가공기술 등을 협력한다면 북한의 농업협동조합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