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전엔 낚시 매장에서만 낚싯대를 팔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낚싯대를 왜 낚시 매장에서만 팔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생활용품점, 할인점에서도 충분히 판매가 가능하고, 통신판매도 할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던 것이죠. 그래서 장기적으론 다양한 유통경로를 떠올리며 낚시용품을 취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한 게 벌써 20년이 넘고 지금은 연 250억원 매출까지 가시권에 두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군대에서 막 제대했던 한 복학생은 유독 창업에 적성과 흥미를 느꼈다. 소일거리로 시장에서 벌인 수박장사에선 하루 30만원 순수익을 거뒀다. 졸업하고 나선 도서대여점과 유통산업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1997년엔 주식회사 싸파(SAPA)라는 이름의 낚시용품, 계절가전을 제조·유통 회사를 만들었다. 그러다 낚시하고 캠핑용품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업을 하고 싶어 2014년엔 아예 새로운 법인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3년만에 연매출 75억원 이상은 찍는 기업체로 부상했다. 낚시·캠핑용품 전문업체 싸파에프앤씨(SAFA F&C)의 이성희(50·사진) 대표 이야기다.
27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 대표는 30년 남짓의 세월을 사업에 투자한 상업 베테랑이다. 그러나 그의 사업 행보는 기회주의적이라기보단 순정파에 가까웠다. 1997년 처음 싸파를 설립했을 때 이후로 그의 사업 포트폴리오엔 낚시용품이 주변부로 밀릴지언정 아예 배제된 적은 없었다. 이 대표는 “맨 처음 싸파를 만들었을 땐 계절가전용품 비중이 더 컸다”면서도 “싸파 브랜드로 가전과 낚시용품을 계속 취급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업에선 제품에 대한 순정 밑에 합리적인 시장판단이 깔리기 마련이다. 그가 가전제품을 버리고 낚시용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게 된 계기도 사업 트렌드에 대한 그만의 분석 때문이었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 들어 시작된 온라인 유통 플랫폼 활성화로 가전제품 수익성이 갈수록 낮아져, 이 대표는 사업구조를 바꿀 필요성을 실감했다. 그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온라인에서 경쟁적으로 가전제품이 판매되다 보니 마진율이 많이 줄었다”며 “기존에 낚시나 캠핑 분야에서 기술개발(R&D)도 많이 했던 상황이라 이쪽에 집중하면 비용도 더 적게 들고 몸집도 더 가벼워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2014년 낚시용품 전문업체를 새로 설립한 이유를 설명했다. 낚시용품에 대한 순애보가 시황 판단과 맞물려 제 2의 창업으로 공고화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2016년 49억원에 그쳤던 매출은 2017년 75억3,400만원으로 급상승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홈쇼핑업체 6곳과 계약을 하면서 연 250억원 매출까지 기대하고 있다. 싸파에프엔씨의 제품은 롯데·현대홈쇼핑을 비롯해 K홈쇼핑·W홈쇼핑에서 전파를 타고 나갔다. CJ·GS홈쇼핑과는 최근에 촬영을 마쳤다.
이 대표는 낚시용품이 홈쇼핑에 등장한 게 20년 만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20년 전엔 CJ홈쇼핑 등에서 잠깐씩 낚시용품이 나갔지만, 그 이후엔 업계에서 ‘낚시용품은 안 통한다’고 생각해 취급을 하지 않았던 걸로 알고 있다”며 “그러다 지난해부터 낚시 홈쇼핑 진행이 재개되자 저희에게도 낚시세트 방송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그는 근래 들어 낚시가 유행하기 시작한 데에 그 이유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한 3~4년 전부터 낚시 인구가 700~800만명을 달성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이윽고 낚시 예능이 TV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며 “낚시시장이 활성화되고 미디어에서도 낚시가 주목을 끌기 시작하면서 서로 상승작용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낚시 출조업체까지 설립하면서 낚시 레저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그는 제품 연구개발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이 대표는 “낚시용품을 R&D한다는 건 결국 고객이 어떻게 하면 ‘손맛’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라며 “낚싯대의 견고성과 손맛, 디자인까지 잡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