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창업 성지’인 실리콘밸리 입성을 꿈꾸던 외국인들의 꿈이 좌절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 CNN방송은 연방등록부에 제출된 정부 서류를 인용해 미 국토안보부(DHS)가 ‘스타트업(창업) 비자’ 폐지 작업에 착수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타트업 비자는 전 세계 기업인들이 미국에서 창업할 수 있도록 일시체류를 허용하는 프로그램으로 해외 유망 스타트업 유치를 위해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당시 도입됐다. 해당 비자는 설립 5년 이하 기업을 운영하는 회사 대표가 높은 기업 성장세나 일자리 창출 능력을 증명할 수 있을 때 발급되며 발급받으면 미국에 2년6개월간 체류할 수 있다. 2년6개월 한 차례 연장도 가능해 최대 5년간 미국에 머무를 수 있다. 설립자는 기업 지분을 최소 10% 보유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창업하려면 취업비자의 일종인 ‘H-1B’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H-1B는 피고용 관계를 입증해야 하는 등 발급과정이 까다롭다. 이러한 이유로 창업가들은 스타트업 비자를 선호해왔다.
미국이 스타트업 비자 프로그램을 폐지하려는 것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불법체류에 악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DHS는 연방등록부에 제출한 서류에서 스타트업 비자를 “권고할 만하지 못하고, 실행 불가능하며, 불필요하다”고 규정하면서 “미국 노동자와 투자자를 충분히 보호할 장치가 결여된 이 프로그램은 우리 부처가 주안점을 둔 현행 정책과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DHS는 또 이 프로그램이 체류 지위에 관한 지나치게 자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전 행정부의 유산을 제거하는 데 혈안이 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바마 지우기’ 차원에서 제도를 폐지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퇴임 직전인 지난해 1월 이 제도를 도입하고 5개월 뒤인 6월부터 시행하려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시행 시기를 올해 3월로 미루는 한편 프로그램 폐지를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반이민정책이 강화되면서 지난달 기준 스타트업 비자 신청자는 10명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