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교환하는 ‘메가 빅딜’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 포커게임’을 벌이고 있다. 반전과 파격의 소용돌이 양상이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전 청와대에서 전날의 2차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는 6·12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회담을 검토 중”이라며 “이는 변하지 않았고 회담 논의가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북미회담 취소를 알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가 공개되면서 격랑에 휩싸였던 비핵화 논의가 거의 60시간 만에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미 간에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회담이 준비되고 있기 때문에 실무협상과 본협상도 잘되리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도 “북미회담 성공을 위해서는 (북미가) 상호불가침 약속을 한다든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협상을 개시하거나 남북미 3국 간에 종전선언을 하는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남북 간 실무 차원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도 북미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결과도 만들고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시 한번 대화하고 마음이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세를 한껏 낮춰 트럼프식 비핵화 해법을 논의할 수 있고 북미회담도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도 6·12 북미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활짝 열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우리는 6월12일 싱가포르를 보고 있다”며 “그것은 변하지 않았고 아주 잘 진행되고 있다. 어떻게 되는지 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회담 재개를 언급한 것이다. 실제 백악관은 30여명 정도의 실무협상 준비팀을 구성했다. 일부 미국 언론은 이들 중 극소수가 판문점에서 북측과 직접 접촉에 나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백악관 실무 협상팀은 정상회담 직전까지 여러 채널을 통해 비핵화 방식과 기간, 북한에 제공할 체제보장 수준, 경제지원 규모 등을 북측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같은 사전 협상 재개에도 불구하고 일괄타결과 단계적 방식, 사찰과 검증 등 비핵화 논의 곳곳에 ‘디테일의 악마’가 도사리고 있어 정상회담까지 가는 길은 앞으로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