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순방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는 27일(현지시간) “장관들에 대한 평가가 있었다. 부분개각과 관련해 청와대와 이미 기초협의를 했다”며 정권 출범 이후 첫 개각을 공식 예고했다. 개각 대상 부처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그간 국무회의 등에서 여러 차례 지적을 받고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던 교육·환경·여성가족부, 금융위원회 등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울러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외교·통일·안보 부처의 인물 교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본지 2018년 5월19일자 1·14면 참조
이 총리는 최근 일부 부처 장관 교체설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규모가 클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1년이 지났으니까 교체하고 그런 것은 아니고, 정치적인 이유로 인사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 중심으로, 문제를 대처하고 관리하는 데 다른 방식이 필요하겠다는 경우에 제한적으로 할 수 있다”며 “사실 1년 동안 개각이 없었다는 것은 대단히 드문 일”이라고 덧붙였다. 개각 시기와 관련해서는 “선거 기간에 국민의 시선을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해 6·13지방선거 이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었다.
또 이날 이 총리는 부처 평가에서 최하위를 기록한 법무·국방·환경·여가부 등이 대상이냐는 질문에 “꼭 정확한 것 같지는 않다”고 답했다. 하지만 관가에서는 환경·여가·교육부 등의 수장 교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환경부의 쓰레기 대란, 교육부의 대학입시 제도개편 논란은 이 총리가 직접 유감 표명을 하게 했다. 특히 교육부 장관 교체 시 이와 맞물려 청와대 내 교육수석실을 신설하고 현재 사회수석실 휘하에 있는 교육비서관을 교육수석 산하로 떼어내는 방안도 이미 여권 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여가부의 경우 문재인 정부가 중시하는 양성평등 정책 분야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게 여권 내 대체적인 시각이다.
성과를 놓고 논란이 분분한 경제 라인의 경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체제가 최소 연말까지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권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의 경우 교체 전망이 엇갈린다. 신관치 논란을 산 금융위는 중폭 개각의 후보군으로 꼽힌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개각 대상에서 비켜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총리도 “국토부 장관이 대통령·총리에게 보고할 때 집값이 내려가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보고한다”며 “집값을 떨어뜨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하향 안정을 목표로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안보 라인의 경우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소 및 번복 사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6·12 북미 정상회담 성과에 따라 인사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국정원장의 활약으로 외교·통일·국방부의 존재감이 더 약해졌다는 평가도 여권에서 나온다.
한편 이 총리 및 정관계발 개각론에 대해 청와대는 아직은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총리의 개각 관련 말씀은 일을 한 지 1년이 지난 만큼 여러 소회 가운데 하나를 밝힌 것으로 이해를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총리가) 인사제청권을 가지고 있으니 인사에 관해서도 여러 구상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며 “청와대로서는 총리의 이러저러한 구상에 대해 입장을 내놓을 상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