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STORY-人] "투쟁 일변도 더 이상 답 없어"…洪, 양보없는 勞에 죽비 내리치다

■'노조 출신의 이유있는 변신' 홍영표 민주 원내 대표

대우차 용접공으로 파업…김우중과 담판 유명

첨예한 대립 속 '협상 기술'로 해법 만들어내

"勞, 과거 방식 벗어나 사회적 대타협 필요 나서야"




지난 11일 집권여당의 신임 원내사령탑에 오른 홍영표(사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는 ‘노동전문가’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살아온 이력을 되짚어보면 ‘노동’을 빼곤 지난 인생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노동 분야에서 쌓아온 경험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이 때문에 아직도 그를 강성 노동운동가 출신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그러한 선입견을 깨뜨리기에 충분하다. 자신의 친정과도 같은 민주노총을 향해선 “양보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이라는 쓴소리를 던졌고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정책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론을 내세워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를 두고 노동계 일각에선 ‘배신자’라고 공격하지만 노동계도 투쟁 일변도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통 큰 양보에 나서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2915A02 홍영표


홍 원내대표가 노동계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 졸업 후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에 입사하면서부터다. 당시 노동운동에 투신하고자 용접공으로 위장 취업했던 그가 1985년 대우차 파업을 이끌며 김우중 회장과 직접 만나 담판을 지은 것은 널리 알려진 일화다. 2002년 유시민 전 의원과 함께 개혁국민정당 중앙당 조직위원장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도우며 정계에 발을 들이기 전까지 그는 20년 넘게 노동운동에 헌신해왔다. 2009년 18대 국회에 입성한 뒤에도 홍 원내대표는 줄곧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간사와 위원장으로 활약해왔다.


수십 년간 노동 분야에서 단련돼온 그만의 내공은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서도 해법을 만들어내는 협상의 기술로 실현되고 있다. 실제로 그가 환경노동위원장으로 있던 기간 국회는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등 굵직굵직한 노사 이슈를 여야 간 큰 마찰 없이 모두 처리했다. 특히 올 2월 말 근로시간 단축을 포함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 당시 여야의 마라톤 협상을 성공적으로 중재하며 탁월한 협상력을 과시했다. 그 덕분에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2013년 관련 논의가 시작된 지 5년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원내대표 당선 이후 곧바로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던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찾아 단식을 풀도록 설득한 것은 그의 협상 능력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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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장에서는 유연하지만 자신의 소신이 옳다고 판단되면 거침없는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논의가 한창이던 21일 밤 국회 복도에서 민주노총 집행부를 만난 홍 원내대표는 작심한 듯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대하는 양대 노총을 겨냥해 “우리 사회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만 있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민주노총은 너무 고집불통이다. 양보할 줄을 모른다”고 일침을 날렸다.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국노동조합협의회 쟁의국장 출신인 그가 자신의 친정을 향해 쓴소리를 내뱉은 셈이다. 홍 원내대표는 올해 초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노동계도 지나치게 형식이나 과거에만 얽매여서는 답이 없다”며 노동계의 양보와 타협을 주문했다.

홍 원내대표는 당내 대표적 ‘친문(문재인계)’ 실세로 잘 알려져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소신 발언도 굽히지 않는다.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며 청와대가 주도해온 최저임금 인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도 중요하지만 기업 현실과 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당·정·청 관계에 대해서도 “외교·안보를 제외한 분야에서는 여당이 주도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 정부가 준비한 얘기만 듣고 사진이나 찍는 협의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할 말은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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