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文 정부 소득주도성장 강행]고용-분배 '최악 성적표'인데...규제개혁.일자리 처방 또 뒷전

혁신성장 담당 산업·과기 빠지고

김광두 자문회의 부의장도 제외

기업경영여건 개선 등 언급 없어

경제규모대비 최저임금인상 가팔라

"성장률 맞춰 속도조절" 목소리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 소회의실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 관련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청와대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가계소득 동향 점검회의는 소득주도 성장의 틀을 유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1분위 소득 성장을 위한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자’는 문구가 담겼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쇼크와 저소득층의 소득감소, 경기하강 논란에도 기존의 소득주도 성장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회의에는 혁신 성장 분야를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금융위원장이 빠졌다. 정부 경제정책에 쓴소리를 꾸준히 내온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제외됐다.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대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한다’는 원칙만 제시했을 뿐 경제·산업계가 애타게 바라는 규제 개혁이나 기업 여건 개선 등 상징성 있는 발언은 찾아볼 수 없었다.


회의 중 최근 고용 및 분배지표 악화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이 있는지를 두고 인구구조 변화 때문이라는 청와대 참모들과 최저임금 영향도 있다는 일부 장관 사이에 상당한 논쟁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책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소득주도 성장의 한계가 드러난 만큼 최대한 빨리 방향 선회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생활형편 소비자동향지수(CSI)를 보면 월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의 CSI는 93으로 전월 대비 2포인트 낮아졌다. 100만~200만원 가구도 100에서 95로 하락했다. 반면 200만원 이상은 상승했거나 보합이다. 취업자 수 증가폭도 3개월 연속 10만명대이고 1·4분기 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3.3%나 빠졌다. 하위 20%의 경우 정부 등으로부터 받은 이전소득(재정지원)이 근로소득보다 많았다. 소득 1분위 가구의 이전소득은 59만7,000원으로 근로소득(47만2,000원)을 사상 처음(2003년 이후)으로 넘어섰다.


지난 3월 산업통계에서는 생산·투자지표가 일제히 고꾸라졌고 4월 고용통계는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을 나타냈다. ‘소득 증가→수요 확대→경기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식이 무너진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바라는 소득주도 성장의 선순환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5월 새 정부 출범 뒤 (소득주도 성장을) 적용했는데도 이렇게 나빠졌는데 올해 1년을 더 하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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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는 최저임금부터 빨리 손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고도성장기처럼 두자릿수 고성장을 이어가거나 대기업 경영상태가 좋은 상황이 아닌데 기업에 인건비 부담이 가중되면 결국 고용이 줄고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성 교수는 “현실적인 여건을 반영해 경제성장률과 발을 맞춰야 한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자리가 없는 사람에게는 최저임금 인상도, 소득 재분배도 의미가 없다”며 “경제 규모를 키워 기업이 일자리와 임금 상승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때 소득주도 성장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애초 정부가 설계한 대로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이라는 두 바퀴가 제대로 기능하게 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소득주도 성장에만 집중해 기업의 의욕은 떨어지고 규제혁신은 미뤄지면서 성장의 모멘텀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원격의료를 포함한 20~30개 핵심규제를 손보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세부적인 이행 계획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에 규제완화가 가능할지 회의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택시 공유사업부터 원격의료, 대기업의 농업 진출까지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며 “청와대에서도 규제를 완화하라고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 어긋나는 것들로 보이는 것까지 규제완화를 할 생각이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날 선 비판도 나온다. 소득주도 성장이 허구라는 점은 학계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된 만큼 정부도 빨리 궤도수정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이념을 떠나 실용적으로 접근할 때”라며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하고 친기업 정책을 펴 경제가 살아나는 프랑스와 우리 정부는 완전히 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임진혁·강광우기자 liberal@sedaily.com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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