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최저임금 어설픈 봉합에 농촌 날벼락

현물 숙식비 산입범위 제외

외국인 노동자 고용한 농민

임금 부담 크게 늘어 한숨만

한노총 최저임금위 전원 사퇴




경북 문경에서 사과농장을 운영하는 최장수(가명) 대표는 전체 인력 15명의 절반 정도를 외국인 근로자로 쓰고 있다. 최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는 의사소통이 어려워 생산성이 떨어지고 숙식 제공까지 포함하면 내국인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도 “지방인데다 제조업체도 아닌 일반농가에서는 일할 사람을 구할 수 없어 고육지책으로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농촌과 건설현장에서 현물로 제공하는 숙박비와 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서 제외되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포함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하지만 현물성 복리후생비는 제외하는 등 산입범위에 포함되는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실제 적용 대상은 제한적이다. 산입범위 확대라는 명분은 정치권이 가져갔지만 실리는 노동계가 챙겼고 산업계의 부담은 더욱 늘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의존율이 높은 농촌이나 건설현장에서는 이번 개정에 따른 혜택은 거의 없이 실질적 부담만 늘어나게 됐다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충남 당진에서 견과류 농장을 운영하는 이우식(가명) 대표는 “농촌의 경우 일할 사람이 없어 70세가 넘은 고령 인력이나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데 일손이 달릴 때는 부르는 게 값이라 일당 10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우리 집에서 재우고 아침·점심·저녁으로 밥도 직접 지어서 먹이는데 현금으로 주는 것만 혜택을 본다니 그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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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업이나 건설업처럼 업종 자체가 영세하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비중이 높을수록 산입범위 확대 혜택이 거의 없다”며 “내년도 최저임금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저임금 미만율이 높고 영업이익이 낮은 업종을 별도로 구분해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사회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위원회 소속 노동자위원 전원사퇴를 선언했다. 이성경 사무총장은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대폭 축소하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무력화하는 이번 개정안을 즉각적으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노총도 최저임금법 개편에 반발해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빠질 뜻을 밝혀 사회적 대화기구가 노동계 없이 절름발이 형태로 운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민정·심우일·이종혁기자 jminj@sedaily.com

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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