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발암물질 라돈이라는 ‘반면교사’

조종묵 소방청장

조종묵 소방청장조종묵 소방청장



방사선이 방출되기 때문에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된 원자번호 86번의 라돈(Rn)이 사용된 침대 매트리스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알기 어려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불안에 이런 침대를 구입한 소비자는 물론이고 국민 전체의 걱정이 크다. 위험의 양상을 시대적으로 구분해 설명할 때 전통과 현대로 나누는 방법이 있다. 전통적 위험은 대부분 눈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좋은 예방은 확인하고 조심하는 것이었다. 불조심·추락주의·물조심·차조심 등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

현대사회의 많은 위험들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갖고 있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지역이나 국경을 초월해 영향을 주며 시간적 경계도 넘어선다. 바꾸어 말하면 외국에서 만들어진 위험이 우리나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그것도 수십 년 뒤에 나타날 수 있으며 메커니즘이나 책임소재를 명확히 밝혀내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중국발 미세먼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가습기 살균제 등은 현대적인 위험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방사선이나 살균제·초미세먼지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피해 범위를 한정하거나 예측하기도 매우 힘들다.


지난 1960~1970년대의 불조심 표어 중에 ‘아빠는 담뱃불 조심, 엄마는 아궁이 조심’이라는 것이 있었다. 현대의 화재에 비하면 원인이 단순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건물 구조가 복잡하고 화재 원인이 될 수 있는 에너지도 다양하며 인간행동적인 측면의 위험성도 높아졌다. 따라서 소방 시스템만으로 다양하고 복합적인 화재 원인에 대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실제 인명피해가 많이 발생한 대형 화재를 살펴보면 순식간에 최악의 상황에 도달한 경우가 많다. 기본적인 방화 구조가 갖춰지는 것을 전제로 설계된 소방시설이 사실은 안전을 간과한 채 지어졌을 때도 안전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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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대대적인 ‘화재안전특별조사’가 오는 7월부터 내년 말까지 전국적으로 추진된다. 이 조사는 소방시설의 설치나 정상 작동 여부를 중심으로 조사하던 기존 소방점검과는 다른 새로운 틀로 실시된다. 소방뿐 아니라 화재와 관련된 건축·전기·가스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구조적인 부실 요인까지 찾아내고 긴급한 위험에 대해서는 즉각 조치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는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전체 특정소방대상물에 대한 정보화도 추진한다. 또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기 위해 국민에게 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하기로 했다.

이제 안전은 사람과 이용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당장의 이윤 추구를 위해 후세에게 위험을 물려줘서는 더욱 안 된다. 위험을 두고 타협과 관용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안전 소홀과 무관심이 얼마나 큰 손실을 초래하는지 충분히 경험했다. 이제는 안전의 가치에 대해 기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성찰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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