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메가톤급 'P리스크'...伊, 결국 '제2 그리스' 되나

伊 조기 총선 목소리 커지자

포퓰리즘 정당 세력 확대 우려

유로존 탈퇴 전망에 시장 요동

伊 국채 수익률 26년래 최고상승폭

유로환율 작년 7월이후 최저치 추락

스페인도 정치불안 가시화...유럽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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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5A07 주가지수 낙폭


‘이탈리아가 제2의 ‘그리스‘가 될 것인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3대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극심한 정치 리스크로 유럽시장이 요동치자 시장은 6년 전 그리스발 유로존 위기의 악몽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29일(현지시간) 유럽에서 시작된 증시 급락이 미국과 아시아로 확산된 것은 투자자들이 이탈리아 정치불안을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닌 글로벌 시장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뇌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정부 상태의 이탈리아가 오는 7월 재총선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재선거 결과 반(反) 유럽연합(EU) 세력인 포퓰리즘 정당의 지지기반이 확대될 경우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 Italexit) 우려까지 짊어져야 한다는 공포감이 시장을 뒤덮고 있다.




3115A07 이탈리아


이탈리아가 2개월 뒤 또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유럽발 글로벌 금융위기 우려가 퍼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대통령이 며칠 안에 의회를 해산하고 7월29일 조기총선 치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관측대로라면 이탈리아는 지난 3월4일 이후 5개월 만에 또 총선을 치러야 한다.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이 연정 문제를 타결하면서 80일 만에 무정부 상태가 종료되는 듯했지만 탈EU 세력인 경제장관 후보 임명을 둘러싼 집권당과 대통령의 대립 속에 총리 후보가 사퇴하면서 이탈리아 정국은 대혼란에 휩싸였다.


3월 총선 때 1, 3위를 차지했던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과 동맹 세력이 두 달 뒤에는 세력을 더 불릴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시장은 요동쳤다. 특정 정당이 과반 차지에 실패해 무정부 상태를 초래했다고 판단한 유권자들이 두 정당에 표를 몰아주면 이탈렉시트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지지기반을 넓히기 위해 유로존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는 당론을 유보한 바 있지만 다음 총선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킷 주크스 소시에테제네랄 외환전략 책임자는 “올여름 재선거는 유로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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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총선에 대한 불안 속에 이날 투자자들은 이탈리아 국채 투매 행진을 벌였다. 이날 이탈리아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100bp(1bp=0.01%) 치솟은 2.28%를 기록해 2013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이날 하루 상승폭은 26년 이후 최고치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는 전 거래일보다 84bp 치솟은 314bp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320bp까지 찍었다. 투자자들이 유로를 외면하면서 달러 대비 유로 환율은 지난해 7월 이후 최저치(1.1539달러)까지 추락했다.

미 경제전문 매체 CNBC는 “이탈리아가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고 더 나쁠 수도 있다”며 “독일과 유로존 주변국 간 정치적 균열이 엿보인다는 점에서도 그리스 부채위기를 연상시킨다”고 분석했다. 이탈리아는 국내총생산(GDP) 면에서 유로존 3위 경제대국이지만 국가부채는 2조3,023억유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30%에 달한다. 그리스보다 경제 규모가 10배나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장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존 4위 경제국인 스페인에서도 정치불안이 가시화해 투자자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스페인의 총리 불신임 투표일(6월1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날 미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15.9bp 떨어진 2.772%를 기록했다. 일일 변동폭 기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Brexit) 투표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오성운동이 30일 새 경제장관 후보를 추천하기로 하는 등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마테오 살비니 동맹당 대표가 조기총선 뜻을 고수하고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당분간 금융시장이 유럽의 정치불안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CNN방송은 “이탈리아 정치위기가 전 세계 투자자들을 환각상태(freak out)로 몰아넣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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