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삼성생명·화재 삼성전자 지분 블록딜]정부 공세에 선제대응...지배구조 개선 포석도

삼성생명·화재, 전자 지분 블록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각각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 일부에 대한 블록딜 매각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조치로 일단 해석할 수 있다.

금산법에 따르면 금융계열사가 비(非)금융 계열사 지분 10%를 초과해 보유할 경우 10% 초과분을 매각하든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어 계속 보유하든지 선택을 내려야 한다. 삼성생명과 화재의 지난해 말 기준 합산 삼성전자 지분은 9.67%로 기준선에 미달하지만 올해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에 따라 합산 지분율이 10.4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돼 10% 초과분에 대한 매각 준비 작업을 벌여왔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30일 “삼성 측에서 지분 처분 공시에 앞서 이번 매각은 금산법 위반 가능성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해왔다”고 말했다.




문제는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매각이 앞으로 더욱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앞세워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을 거세게 압박해왔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10대 그룹 전문경영인(CEO)들과의 간담회에서 삼성 지배구조와 관련해 “여러 방법이 있지만 정부가 선택을 강요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분명한 점은 삼성 지배구조가 이대로 지속 가능하지 않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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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간부회의를 통해 “주식 소유 문제가 있는 금융회사가 법이 개정될 때까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민의 기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 개정 전이라도 금융회사가 자발적 개선 조치를 실행해달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이 언급한 관련법은 삼성생명이 적용받는 보험업법을 뜻한다. 보험업법상 금융회사는 단일계열사 주식 보유액이 총 자산의 3%를 넘기면 안 된다. 삼성생명에 이를 대입하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한도는 약 6조4,000억원이다. 이를 취득원가(주당 약 5만3,000원)로 계산하면 현재 보유 지분에 문제가 없지만 시가 기준으로 변경해 적용하겠다는 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다수 계류돼 있다. 금융권에서는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20조원어치를 팔아 치워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융위와 공정위의 합동 공세에 무리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 많다. 보험업법의 이른바 ‘3% 룰’은 보험회사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규정인데 세계 최고 수준의 우량기업인 삼성전자 지분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부실 위험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도 정부의 이 같은 압박을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중 한 곳을 양자택일하라는 주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을 손보기 위한 아전인수(我田引水) 격 해석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일거에 쏟아져 나온다면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에 더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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