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여야 지도부는 전국의 주요 격전지로 총출동하며 기선 잡기에 나섰다. 여당은 그간 보수세가 강했던 지역을 중심으로 한 표심 몰이로 ‘승기 굳히기’에 들어간 반면 야당은 전통적 지지 기반을 다시 한 번 다지며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공식 선거운동 첫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서울 중랑구의 면목역 광장이었다. 민주당이 중랑구를 첫 유세지로 택한 것은 지역구 의원은 모두 꿰차고 있지만 유독 지방선거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명의 구청장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날 추 대표는 “중랑구를 가장 먼저 찾은 것은 반드시 중랑구청장을 민주당에서 한 번 해야겠다는 결심 때문”이라며 “중랑구가 더 발전하고 국회의원이 갖고 온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중랑구청장은 여당 후보가 돼야 한다”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이 자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중랑구를 지역구로 둔 박홍근·서영교 의원도 함께했다. 추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는 중랑구의 노인복지관을 찾아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눈 뒤 오후에는 인천 쪽방촌 작업장 방문과 경기도 합동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중앙당의 유세단과 함께 최근 여론조사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제주를 찾아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민주당 지도부가 첫 유세지로 삼은 곳은 모두 여당의 승리를 자신할 수 없는 격전지들이다. 서울 중랑구와 인천 등은 광역단체장은 민주당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해 기초단체장이나 광역·기초의원의 경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주요 격전지를 첫날 유세 일정에 포함해 필승 의지를 다졌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전날 충남 천안에서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를 연 데 이어 이날 또다시 천안을 찾으며 충남에 모든 화력을 집중했다. 천안 지원유세에 나선 홍준표 대표는 “충남의 미래라고 했던 안희정 전 지사가 충남도민의 얼굴에 흙칠을 했다”며 이인제 충남지사 후보를 비롯한 한국당 소속 후보들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다. 이어 홍 대표와 지도부는 부산으로 이동해 재래시장을 돌며 바닥 민심 다잡기에 나섰다. 한국당 관계자는 “대구·경북은 일단 안정권이라는 판단하에 첫날 일정에 포함하지 않았다”며 “대신 부산과 함께 승부처로 기대하는 충청을 첫 행선지로 낙점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경북 예천과 문경 유세현장으로 달려갔다. 한국당 지도부는 이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천안과 부산, 울산, 경북 구미에 이어 수원과 서울을 잇는 ‘경부선 유세’를 진행할 계획이다. 여당에 유리한 선거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보수 텃밭인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마저 빼앗길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바른미래당은 유승민·박주선 공동대표가 각각 자신의 정치적 지역 기반인 대구와 광주를 찾아 지지를 호소했고 민주평화당 지도부는 호남에 당력을 집중했다. 정의당은 수도권에 선거운동 첫날의 초점을 맞췄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운동 첫날 지도부가 찾은 지역을 보면 현재 각 당이 처한 상황을 여실히 알 수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노리고 있는 민주당은 격전지를 중심으로 ‘산토끼 잡기(외연 확장)’에 나선 반면 수세에 몰린 야당은 ‘집토끼(기존 지지층)’를 지키면서 반격을 노리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