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기업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투기자본 무방비 유니콘 해외 내몰면 안돼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같은 기업 경영권 방어수단이 도입돼야 한다는 경영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현대자동차 그룹 공격 이후 한국상장회사협의회·코스닥협회 등이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윤상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지난 15일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도입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때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 매입 권리를 주는 제도로 ‘1주 다수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과 함께 대표적 경영권 방어장치로 불린다.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찬성 측은 국내 대기업은 물론 유망 벤처중소기업들 상당수가 행동주의 헤지펀드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만큼 선진국 수준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방어수단이 재벌총수들의 지배력 강화 도구로만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비상장 중소벤처에 한해 투자 유치에 따른 지분율 하락으로 경영권 위협을 받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방어수단을 인정하자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최근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사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안에 반대하면서 또다시 경영권 방어수단의 법제화가 논란이 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엘리엇’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는가 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엘리엇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정반대의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의 초점이 크게 빗나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국내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에 목적이 맞춰져 있는 듯하다. 즉 대기업 총수들의 전횡을 방지해 소액주주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과 이들의 경영권을 보호해야 국내 자본시장이 외국 투기자본에 유린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상법 개정 논의의 중심은 국내 대기업의 경영권이 아닌 국내 벤처·중소기업에 맞춰져야 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2014년 홍콩이 아닌 뉴욕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그 이유로 경영권 방어장치를 언급한 바 있다.

5월3일 세계 4위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중국 샤오미는 뉴욕이 아닌 홍콩증권거래소에 IPO 신청을 했다. 그 이유는 최근 홍콩거래소가 상장규정을 개정해 차등의결권 제도를 허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뉴욕과 홍콩 간 교차상장도 허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은 30%대 지분을 가지고도 50% 이상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PO 시장에서 경영권 방어 제도의 존재 여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아무래도 홍콩거래소가 2014년 알리바바의 IPO를 뉴욕거래소에 뺏긴 것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개정으로 알리바바도 홍콩에 교차상장할 수 있게 돼 중국에서 돈을 벌어 미국에 가져다 준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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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는 한 경영권은 물론이고 근로자 모두의 일자리를 없애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이 많아져야 대한민국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창업한 지 10년이 되지 않았는데 자산 규모가 1조원을 넘는 일명 유니콘 기업들이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중국이 왜 경영권 보호 제도가 중요한지를 이미 보여줬다.

그럼에도 여당은 자산 2조원 이상인 대기업의 경우 소액주주도 이사를 추천할 수 있는 집중투표제 운영을 의무화하고 소액주주 대표가 반드시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는 분리선출제 강제실시 입법을 통해 총수의 경영권을 견제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모회사나 지주회사를 지배하면 자동적으로 자회사나 손자회사 등 모두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야당의원이 발의한 일명 ‘엘리엇방지법’은 경영권자에게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과 우호세력에 저가로 신주를 발행할 수 있는 포이즌필과 같은 경영권 방어 제도를 입법화하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기업들은 경영권 방어를 허용하는 정관변경을 할 수 없어 상법이 개정돼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경영권 방어 법제화에 대한 논의는 다른 관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국내 유망 벤처·중소기업들이 홍콩이나 뉴욕거래소가 아닌 한국증권거래소에서 IPO를 준비하도록 유인하는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갑질과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그러나 입법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자칫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상법 개정의 단골 모델이던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마저도 이미 2005년 신회사법 내에 차등의결권과 포이즌필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한 현시점에서 최소한 미래 한국의 유니콘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 때문에 뉴욕이나 홍콩거래소에 IPO를 하도록 내몰아서는 안 된다. 최소한 일본 수준의 경영권 방어 제도의 법제화가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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