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파이낸셜포커스] 카드수수료TF 주도권 뺏긴 금융당국

소상공 목소리 대변 중기부 참여에

카드사 "수수료 제로 현실화 우려

제 역할 못한 금융위가 자초"

입지 약한 최종구 리더십 흔들




금융당국이 진행해오던 카드 가맹점 수수료 개편 작업에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가 뒤늦게 참여했다. 소상공인 등이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등 다양한 요구를 쏟아내고 있는 만큼 이들의 주장을 대변할 부처가 포함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카드사들은 홍종학 중기부 장관이 수수료 파격 인하를 줄기차게 주장해온 만큼 중기부가 소상공인 주장대로 ‘수수료 제로(0)’ 관철에 나서는 게 아니냐며 촉각을 세우고 있다. 태스크포스(TF) 내 부처 간 갈등도 불거질 수 있다.

31일 금융위원회는 기재부와 중기부 등이 참여하는 ‘카드 수수료 종합개편 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기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첫 킥오프 회의를 개최했다. TF는 앞으로 카드사 원가 분석 작업을 거쳐 전반적인 수수료율 조정 방안을 마련해 내년 1월 시행할 예정이다.

카드 수수료 원가 재산정 문제는 지난 2012년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금융당국이 도맡아왔지만 카드 수수료를 둘러싼 소상공인의 인하 요구가 거세지면서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중기부와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가 가세했다. 이 때문에 키를 잡고 있던 금융위원회의 입지가 좁아져 우대수수료 적용구간 확대, 카드사 원가 공개, 저율의 단일 수수료율 도입 등 소상공인의 주장이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청와대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진데다 이번에 카드 수수료 TF에서도 입지가 좁아지면서 ‘금융위 패싱’ 우려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은 지적에 “언론이 있지도 않은 말로 기사를 쓰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며 불만을 드러냈지만 금융권에서는 최 위원장의 리더십이 더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소상공인은 우대수수료 적용구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재 연매출 3억원 이하인 영세가맹점은 0.8%, 5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1.3%의 카드 수수료율을 납부하고 있다.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의무수납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도 자영업계의 입장이다. 이 밖에 카드사와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카드사 원가를 공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이익 감소 등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셈이다.

특히 카드사들은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중기부가 참여하면서 소상공인의 주장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하고 있다. 실제 홍 장관은 올해 1월 카드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용카드사나 밴사를 거치지 않는 ‘소상공인페이’를 활성화해 영세자영업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도 중기부의 구상이다. 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한 중기부의 의지가 강력한 만큼 금융당국이 중재자 역할을 맡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말했다. 각 부처가 모여 논의를 한다고는 하지만 이해관계가 사뭇 달라 진통도 예상된다. TF 참여 관계자는 “연말까지 논의하는 일정이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카드사와 소상공인의 입장을 얼마나 좁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내부 조율보다는 입김이 센 부처의 의견이 주로 반영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금융당국이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따른 카드사 수익 보전의 대안이었던 대형 가맹점 수수료 인상 문제를 외면해오다 결국 주도권을 내놓게 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카드사들은 영세가맹점 수수료는 인하하되 백화점이나 마트 등 대형 가맹점 수수료는 인상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멍석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도 저도 아니게 뒷짐만 지고 있다가 기재부와 중기부에 밀려나게 됐다는 것이다. 보다 못한 국내 6개 카드사 노조가 직접 나서 대형마트 등 초대형 가맹점의 수수료를 높이는 차등수수료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금융당국은 소극적인 입장에 머물렀다. 카드사 관계자는 “소상공인의 요구는 있는 대로 받아들이고 카드 업계의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 카드 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당국도 나름 애로는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 문제는 소비자·가맹점·카드사·밴사 등 다양한 경제주체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며 “특정 부문의 부담 경감은 다른 부문의 부담 증가로 연결되는 제로섬 구조로 개별 사안별 접근 시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애초부터 금융당국이 혼자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관련 부처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었다는 불만인 것이다. /김기혁·김민정기자 coldmetal@sedaily.com

김기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