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온라인 보험을 많이 찾으면서 올해 1·4분기 자동차보험 시장이 5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실적도 적자를 기록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1개 손해보험사의 1·4분기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4조1,91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3억원(0.4%) 감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든 것은 지난 2013년 1·4분기(-1%) 이후 처음이다. 자동차보험 부문 영업손익도 지난해 907억원 흑자에서 올해 483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개별사별로도 영업이익을 낸 곳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AXA손해보험 등 3개사에 불과했다.
보험 업계에서는 자동차 등록 대수가 2017년 1·4분기 2,253만대에서 올해 1·4분기 2,269만대로 3.2% 증가했는데도 보험료 수입이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동차 등록 대수 증가율이 정체되고는 있지만 역성장하는 것은 아닌데도 보험료 수입이 줄어든 것은 전체 자동차보험 시장의 파이가 줄어든다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 등록 대수가 계속 늘고 있고 보험료가 높은 비싼 수입차 비중이 커지는데도 자동차보험 수입이 줄어드는 것은 자동차 대당 보험료가 낮아졌다는 의미”라면서 “원인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 업계는 보험료 수입 감소의 원인으로 지난해 업계 전반적으로 시행한 보험료 인하 및 각종 할인특약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다이렉트 보험의 점유율이 증가한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금감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에서 전화(텔레마케팅·TM)나 인터넷(사이버마케팅·CM) 등 비대면 채널의 점유율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2013년 29.2%였던 것이 지난해 35.1%까지 늘어났다. 특히 CM 비중이 갈수록 커지면서 2013년 5.2%에서 올해 1·4분기에는 17.6%까지 확대됐다. 같은 보장 내용이라도 설계사 등 대면 채널을 통해 가입하는 것보다 온라인 보험이 20만~30만원가량 더 싸다 보니 이쪽을 찾는 소비자가 부쩍 많아진 것이다.
손해율도 악화됐다. 지난해 78.2%에 머물렀던 손해율은 올해 82.6%까지 치솟았다. 장례비나 사망 시 위자료 등의 보험료 지급 기준이 인상된데다 올해 2월 강설과 한파 등으로 발생 손해액이 7.3%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월별로 봤을 때도 겨울철인 1월(84.9%)과 2월(86.6%)에 손해율이 올랐다가 봄철인 3월(76.7%) 다시 하락했다가 4월 81.4%로 오른 것도 손보사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손보사들의 보험료 인하 경쟁 심화 및 자동차 정비수가 등 비용 상승으로 올해는 손해율 상승 및 경영실적 악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보험 업계는 지난해 4·4분기와 올해 1·4분기 등 2분기 연속 보험료 수입이 마이너스 성장을 함에 따라 올해 연간 실적도 좋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보험료를 인하한 지 얼마 안 된 상황이어서 섣불리 보험료 인상 얘기는 꺼내지 못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몇 년은 적자를 봐야 겨우 보험료 인상 카드를 만져볼 수 있다”면서 “당분간은 제도 개선 등 보험금 누수 방지 방안 검토 등이 우선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