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형철의 철학경영] 반대에서 배워라!

<74> 작용 반작용의 법칙

"아 저렇게 하면 안되겠구나"

되레 아둔한 사람한테 배우듯

자신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반대되는 입장도 존중해야

연세대 철학과 교수




두 사람이 지붕 위에 올라갔다. 굴뚝 청소를 하기 위해서다. 그러다 그만 둘 다 굴뚝 안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내려와서 보니 한 사람은 얼굴에 검댕이 여기저기 묻었다. 다른 사람은 얼굴이 멀쩡했다. 서로를 쳐다보는 순간 한 사람은 그냥 가만히 있었고 다른 사람은 얼굴을 씻으러 갔다. 누가 갔을까. 당연히 얼굴이 멀쩡한 사람이 간다.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자신의 얼굴 상태를 짐작하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사람과 아둔한 사람이 만나면 누가 더 많이 배울까. 당연히 지혜로운 사람이 많이 배운다. 왜일까. 지혜로운 사람은 아둔한 사람이 하는 행동을 보면서 ‘아 저렇게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아둔한 사람은 지혜로운 사람이 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지혜로운 행동인지를 모른다. 그래서 배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남에게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다고 늘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이 지혜로운지에 대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사진 찍는 법을 제대로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프로들에게 물어보면 “일단 호흡을 멈추고 손을 떨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을 해준다. 요즘 손 떨림 보정장치들이 나오면서 이런 걱정은 과거보다 많이 줄어들었다. 그냥 많이 찍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자신만의 사진철학이 생긴다고도 한다. 맞는 말이다. 또 인내심을 가지고 끝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절묘한 순간이 포착될 때까지. 참 좋은 조언이다. 그러나 내가 들은 최고의 어드바이스는 “사진을 편집하면서 지워버릴 때 가장 많이 사진 찍는 법을 배운다”는 것이다. 결론은 “많이 찍고 많이 편집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잘 지워야 잘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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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을 쓰는 것이 긴 글을 쓰는 것보다 쉬울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시 한 수 쓰기가 소설 한 편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짧게 말하는 것이 길게 말하는 것보다 쉬울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짧게 글을 쓰고 말하기 위해서는 길게 생각한 것을 압축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의 명작인 ‘모나리자’도 사이즈가 커서 그런 것은 아니다. 빼는 것이 더하는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정말 명언이다. 그런데 왜 이 말이 맞는 말일까. 사실 실패를 많이 해보면 많은 경험과 교훈을 얻게 된다. 그래서 실패할 확률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실패를 많이 할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많은 실패를 했다는 사실은 많은 기회를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만이 행운을 누릴 수 있는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도전하는 기회를 잡지 않으면 실패를 하지 않지만 성공도 하지 못한다. ‘운칠기삼’이 맞을까, 아니면 ‘운삼기칠’이 맞을까. 어느 쪽이 맞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마키아벨리의 말처럼 힘(비르투)으로 운명(포르투나)을 강하게 낚아채라.

두 사람이 동업자로 협력하며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사이좋게 윈윈하고 시너지를 내면서 잘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소한 일로 누가 더 도움을 많이 받고 있는지에 대한 언쟁이 붙었다. 어떻게 누가 더 많이 기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 기여도 측정은 안타깝게도 협력하고 있는 동안에는 측정하기 힘들다. 그 판이 깨져봐야 비로소 안다. 더 많이 아쉬운 사람이 결국 양보할 수밖에 없다. 한 직원의 조직 공헌도도 그 직원이 퇴사하고 나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퇴사하는 직원과 탈퇴 인터뷰(exit interview)를 꼭 해봐야 한다.

미사일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것은 뒤로 내뿜는 힘 때문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드시 반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반작용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과소평가하는 사람은 반드시 후회하게 마련이다. 자신이 나가려고 하는 방향과 정반대로 작용하는 힘은 언제든지 존재한다. 자신의 입장과 반대되는 입장을 존중하라. 그렇다고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합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정과 반의 대립이 필수적이다. 자신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반대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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