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않게 허벅지가 너무 화제가 돼서….”
1일 경기 후 만난 인주연(21·동부건설)은 요즘 높아진 인지도를 실감하느냐는 말에 “대회장에 와보면 확실히 느낀다”며 수줍게 웃었다. 특히 골프팬들 사이에서는 근육질의 탄탄한 허벅지가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각인되는 분위기다. 인주연은 평균 드라이버 샷 258야드로 이 부문 7위에 올라 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3년 차 인주연은 약 3주 전 NH투자증권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정규투어 첫 우승을 사흘 내리 선두를 지키는 와이어투와이어로 장식했다. 최경주재단 장학생 출신으로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선 신데렐라 스토리와 타고난 힘 때문에 ‘힘주연’이라는 별명을 얻은 사연들이 인기몰이로 이어졌다.
이날 롯데스카이힐 제주CC(파72)에서 치른 롯데칸타타 여자오픈(총상금 6억원) 1라운드 뒤에도 인주연은 적잖은 사인공세를 받았다. 5언더파 67타(버디 6, 보기 1개)로 선두와 2타 차 공동 9위에서 2승에 도전한다. 인주연은 “허벅지 둘레는 재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열심히 운동한 대가로 외적으로 좋게 보이는 거니까 기분 좋다”며 “롤모델 최경주 프로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그대로 언제나 겸손을 잃지 않는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저도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골프를 하고 있으니까 받은 만큼 베푸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인주연은 어릴 적 육상 100m로 시 대회까지 나간 경력이 있다. 7년간 배운 태권도는 3품까지 땄다. 여기에 시즌 중에도 남다른 운동량을 유지해 장타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인주연은 이다연·김아림과 함께 ‘3년 차 장타 트리오’로 투어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이다연과는 국가대표 생활을 함께했고 김아림과도 친한 인주연은 “대표팀 시절에 (이)다연이와 저 둘 다 성적이 안 좋았는데 요즘은 만나면 기분 좋게 옛날 얘기를 한다”며 웃어 보였다.
인주연은 이날 상금 1위이자 대표적인 장타자인 장하나와 같은 조로 경기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치열한 장타 대결을 벌였다. 스코어로도 인주연이 도망가면 장하나가 따라붙는 흥미로운 접전. 163m 거리의 8번홀(파3)에서 장하나가 4m 버디를 잡자마자 인주연이 3m 버디 퍼트를 성공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둘 다 7번 아이언을 들었다. 장하나는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를 적었다. 2주 전 손잡은 새 코치(허석호)와 아이언 샷을 교정 중이다.
선두는 7언더파의 김나리(33)와 조정민이다. 김나리는 전반 9홀을 모두 파로 마친 뒤 후반 들어 10~16번홀에서 7홀 연속 버디 행진을 벌였다. KLPGA 투어 기록은 8연속 버디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일본 투어(2승)를 거쳐 지난해 국내 복귀한 김나리는 KLPGA 투어 데뷔 첫 승 발판을 마련했다. 배경은·이선화·송보배 등과 동기생으로 ‘노장’ 소리가 어색하지 않은 김나리는 “제가 뛰던 2004년 즈음과 비교해 국내 투어 환경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선수들 기량과 코스 상태, 경기운영 모두 수준급”이라며 “올 시즌 풀시드 선수가 아니어서 대회 참가 기회가 많지 않은 만큼 기회를 잘 살리고 싶다”고 했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