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법으로 허용하는 최대 근로시간이 7월 1일부터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듭니다. 그러자 기업들도, 근로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요. 도대체 어떤 변화가 있길래 이렇게 난리가 난 걸까요?
우리나라의 평균 근로시간은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2,069시간). 조사대상국 중 노동시간이 2,000시간을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빼면 멕시코와 그리스밖에 없어요. 평일에도 밤 10시를 넘어 일하기를 밥 먹듯이 하고 주말에까지 나와 일해야 하는 삶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의 법정근로시간은 주당 52시간(표준근로시간 40시간, 연장근로 최대 12시간) 입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주당 근로시간을 산정할 때 기준을 일주일 전체가 아니라 평일인 5일로 삼아야 한다고 행정해석을 내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52시간 외에 토요일·일요일에 각각 8시간씩 16시간을 추가로 더 일할 수 있었습니다.
한 주가 7일이 아니라 5일이라니 조금 이상하지요? 그래서 지난 2월 국회는 한 주가 7일이라고 못 박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했답니다. 이제 휴일근로도 연장근로 12시간 안에서 해결해야 해서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기면 안 되게 됐어요.
주 52시간 근로가 정착되면 일주일에 한두 번만 야근하면 나머지 평일에 ‘칼퇴’를 하고 주말에도 쉴 수 있어요. 그만큼 근로자들도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게 되지요.
불필요한 회의나 담배를 피거나 수다를 떨면서 흘려보내는 시간이 사라지면서 훨씬 집중적으로 일하게 될 거예요. 이렇게 되면 노동자 1명이 일정 기간 만들 수 있는 부가가치를 뜻하는 노동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겠지요.
또 ‘돈 쓸 시간도 없다’던 국민들이 늘어난 휴식 시간 덕에 활발하게 문화생활을 즐기고 소비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다음날 업무 효율도 오르겠지요. 남는 시간에 책을 쓰거나 개인방송을 하는 것 같은 창작활동을 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경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일부 근로자들과 기업들은 이런 변화를 반기지 않아요. ‘저녁이 있는 삶’과 경제 활력이 생긴다는 건데 근로시간 단축을 반대하는 이유가 뭘까요?
제일 큰 걱정거리는 줄어드는 소득입니다. 우리나라 많은 기업, 특히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체계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으로 이뤄져 있는데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추가 노동에 대한 수당이 감소하거든요.
사실 월급이 많은 대기업 직원들이야 소득이 좀 줄어들더라도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할 거예요. 그런데 기본급이 낮은 중소기업 직원들은 사정이 다릅니다. 잡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대졸 신입의 올해 평균 연봉은 2,615만원. 세금, 4대보험 등을 제외하고 통장에 꽂히는 돈은 200만원을 넘기기 힘듭니다. 수당마저 사라지면 ‘저녁이 있는데 저녁 먹을 돈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거든요. 오히려 줄어든 소득에 메우려 ‘투잡’을 구하기 위해 진땀을 빼는 상황이 올지도 몰라요.
근무 형태가 일정치 않은 업종에서도 혼란이 있을 거예요. 예를 들어 에어컨 등 계절 가전을 만드는 공장은 성수기에 바짝 몰아서 일하지만 비수기에는 한가하거든요. 이렇게 일이 특정 시기에 몰리는 업종을 배려하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라는 제도가 있긴 합니다. 3개월간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 탄력적으로 업무량을 조절하는 거예요.
하지만 단위 기간이 짧아서 6개월이나 1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업체들이 많습니다. 또 대기업에 비해 상황이 열악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법을 지키고 싶어도 가능성만 보고 함께 일하겠다는 새 직원을 뽑기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비효율적인 노동문화가 바뀌면서 국민들의 생활 수준도 유지되는 이상적인 상황은 불가능할까요? 그러려면 노동자들은 효율적으로 일하는 문화가 정착돼 생산성을 높아지고 기업들도 시간이 아닌 늘어난 생산성에 맞춰 임금을 줘야 해요. 일하는 방식, 임금체계가 함께 바뀌어야 합니다.
과로 사회에서 벗어나려는 우리나라의 근로시간 단축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과연 즐거운 저녁 시간과 맛있는 저녁 식사가 함께 있는 삶을 선물로 받을 수 있을까요? 이걸 알 수 있을 디데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