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재판 간 ‘본죽·원할머니보쌈’ 오너들, 문제는 ‘본도시락·박가부대’였다는데

최근 검찰발 소식 하나가 프랜차이즈 가맹사업 업계를 발칵 뒤집어 놨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지영)가 지난 4월 말 ‘본죽’ ‘본도시락’ 등의 가맹사업을 벌이는 본아이에프와 ‘원할머니보쌈’ ‘박가부대’ 등을 운영하는 원앤원의 전·현 대표이사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로 재판에 넘긴 사실이 5월 중순경 뒤늦게 알려지면서요.

이들은 회사 가맹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개발한 상표들을 자신이나 개인회사 명의로 등록하고는 회사로부터 상표사용료 명목 등으로 수십억원을 수령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가맹사업 회사 대표가 자신 앞으로 상표권을 등록하는 행태에 대해 검찰이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기소를 놓고 해당 회사는 물론이고 가맹사업 업계에서도 반발과 우려가 거셌습니다. 상표를 개발하고 성장시키는데 가장 주요한 역할을 했을 오너의 공과 노력을 도외시한 처사가 아니냐는 겁니다.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중시되는 지식기반경제에 대한 부정이라는 지적까지도 나왔습니다. 이러한 목소리 뒤에는 많은 가맹회사들이 관행적으로 오너 개인 앞으로 상표를 등록해왔다는 현실이 놓여 있습니다. 즉 앞으로의 재판 결과에 따라 가맹사업 회사 대표들이 무더기로 배임죄에 걸려들 수 있는 상황인 겁니다.


다만 이같은 업계의 당혹스러운 반응은 검찰의 공소 내용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데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검찰은 오너들이 개인사업자 시절에 만든 상표(‘본죽’ ‘원할머니보쌈’)와 가맹사업 법인을 세운 후 만든 상표(‘본도시락’ ’본비빔밥’ ‘박가부대’ 등)를 구분해 후자만을 문제 삼아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전자는 공소사실에서 빠졌다는 사실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고, 따라서 업계에서는 어떤 상표권이든 가맹사업 회사 대표가 보유한 것은 모두 위법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이해했던 것입니다.

관련기사



즉 검찰은 오너가 개인사업자 시절에 만들어서 출원한 상표권을 보유하면서 회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에 대해선 개발한 자의 공과 권리를 인정해 문제 삼지 않았습니다. 검찰이 주목한 것은 오너가 가맹사업 법인을 세운 후에 다른 요식 브랜드를 론칭하려고 새로이 개발한 상표였습니다. 법인에서 새로 상표를 만들 경우 브랜드와 메뉴 등 초기 개발은 물론이고 추후 광고와 관리 등 확산 과정에 쭉 회사의 자원이 들어가는 것인데, 이를 아무리 오너가 주도한다 해도 상표를 자신 앞으로 돌려버린 것은 대표 자격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라는 시각입니다.

실제로 검찰의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김철호 본아이에프 대표와 최복이 전 본아이에프 대표는 2006년9월부터 2013년5월까지 본도시락, 본비빔밥, 본우리덮밥 상표를 자신 앞으로 등록하고 회사에서 상표사용료와 상표양도대금명목으로 총28억2,935만원을 수령한 혐의이며, 박천희 원앤원 대표는 2009년4월부터 2018년1월까지 박가부대 등 5개 상표를 자신의 1인 회사 명의로 등록하고 회사에서 상표사용료 21억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습니다.





검찰은 기소를 결정하면서 이같은 관행을 바로잡는 게 자영업자인 가맹사업주들의 영업안정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봤습니다. 가맹사업 회사가 상표사용료를 추가로 지출하지 않음으로써 재정건전성이 개선될 수 있으며, 또 경영 분쟁 등으로 인해 오너가 가진 상표권을 가맹사업주들이 사용치 못하게 될 가능성도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최대 떡볶이 프랜차이즈 ‘아딸’의 가맹점 수백곳은 창업주 부부의 이혼으로 촉발된 상표권 분쟁의 결과로 ‘감탄 떡볶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야 했습니다. 최근 특허청도 이같은 사태를 방지하고자 가맹사업 본부가 상표권을 보유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상표심사 기준 등을 고친 상태입니다. 상표법 제3조는 이미 상표를 출원해 등록할 수 있는 권리를 “국내에서 상표를 실제 사용하는 자 또는 사용하고자 하는 자”에게 국한하고 있기도 합니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서는 각 회사와 검찰의 뜨거운 법정 공방이 예상됩니다. 당장 오너들은 자칫하면 실형을 살게 생겼습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는 그 금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습니다. 따라서 오너 측은 고의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은 아니라는 이유 등을 들어 무죄를 받는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측은 이와 같은 사례를 놓고 기소한 것은 처음인지라 특히 공소유지에 심혈을 기울일 전망입니다.


조권형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