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라운드 내내 선두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에 36홀·54홀 최소타 신기록까지…. 2년간 기다려온 순간이 각종 화려한 기록과 함께 선물처럼 안겼다.
조정민(24·문영그룹)이 거의 2년 만에 우승컵을 들었다. 3일 롯데스카이힐 제주CC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롯데칸타타 여자오픈. 3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3라운드를 출발한 조정민은 6타 차 우승을 완성했다. 이날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언더파 66타를 쳐 최종합계는 23언더파 193타. 사흘간 54홀에서 버디 27개를 쓸어담았다. 버디 확률이 무려 50%다.
2016시즌 2승을 올려 상금 9위에 올랐지만 지난 시즌 준우승만 2번 해 상금 17위로 주춤했던 조정민은 이날 비로소 강자의 귀환을 알렸다. 2016년 7월 말 카이도 오픈 우승에 이어 통산 3승째를 거둔 그는 우승상금 1억2,000만원에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출전권도 얻었다.
기록 파티 끝에 일군 여유로운 우승이었다. 23언더파 193타는 2016년 E1채리티 오픈 때 배선우가 세운 196타를 3타나 앞당기는 KLPGA 투어 54홀 최소타. 72홀 최소타(2013년 MBN김영주 오픈 김하늘)도 23언더파라 더 대단한 기록이다. 4라운드 대회였다면 조정민은 18홀에서 1타만 줄여도 신기록을 쓴다.
2라운드를 마치고 남긴 17언더파 127타는 36홀 최소타 신기록이다. 조정민은 또 2라운드에 버디 11개(보기 1개)로 10언더파 62타를 몰아쳤는데 이는 종전 기록보다 2타 나은 코스 레코드다.
초반은 접전이었다. 2위 최민경이 첫 7홀에서 버디만 2개를 잡으며 보기만 1개를 범한 조정민과 동타를 이뤘다. 조정민이 8번홀(파3) 버디로 달아나자 최민경은 9번홀(파5) 버디로 응수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11번홀(파4) 버디로 한숨 돌린 조정민은 13~16번 4홀 연속 버디로 쐐기를 박았다. 13번홀(파4)에서는 115m 거리에서 피칭 웨지로 홀 1.5m에 붙였고 15번홀(파5)에서는 드라이버 티샷이 페어웨이 사이의 해저드에 빠질 뻔한 위기를 3온 1퍼트 버디로 넘겼다. 3홀 남기고 4타 차. 우승 예약이었다. 후반 9홀에서 버디만 6개를 잡았다. 경기 후 조정민은 “신 나게 쳤다. 커리어에 여러 기록도 남길 수 있어서 더 만족스럽다”며 “한동안 색깔 없는 밋밋한 골프를 해왔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를 계기로 강약이 확실한 골프를 계속 보여주고 싶고 메이저대회 우승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부드러운 그린에 사흘 내내 바람마저 잔잔한 덕에 선수들의 스코어가 전반적으로 좋았다. 최민경은 17언더파 2위, 김지영은 16언더파 3위로 마쳤다. 상금 선두 장하나는 이정민 등과 8언더파 공동 23위, 인주연은 10언더파 공동 16위다. 지난 시즌 상금 1·2위 이정은과 김지현은 US 여자오픈에 참가하느라 이 대회에 빠졌다.
/서귀포=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