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대책 없이 찾아온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 경제를 나락으로 끌어내렸다. 2007년 노키아 실적이 급전직하하면서 핀란드의 경제성장률은 5.3%에서 0.3%로 추락했다. 실업률은 6.7%에서 8.2%로 치솟았다.
노키아 휴대폰 사업에 의존했던 핀란드의 모습은 지금 우리나라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산업에 기대는 모습과 섬뜩하리만큼 흡사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은 997억달러. 이 가운데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17.4%에 이른다. 전체 수출액이 전년보다 60.2% 늘었는데 이는 사실상 반도체 수출성장이 견인한 것과 다름없다.
이런 측면에서 ‘노키아의 나라’ 핀란드 경제가 글로벌 시대 환경에 적기 대응하지 못해 휘청였던 것이 우리나라의 미래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은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타고 슈퍼 호황기를 지나고 있지만 반도체 경기가 꺾이면 우리나라 경제는 한순간에 휘청일 수밖에 없다. “정신 차리고 반도체 착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냉철한 분석이 쏟아지는 이유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굴기’에 나선 중국의 추격은 우리나라의 주력 사업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협 요소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은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수출구조상 경제에 직격탄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에서 20% 이상을 반도체가 차지하는데 만약 미국이 한국산 반도체를 탑재한 중국 완제품 수입을 제재하면 수출 타격은 불 보듯 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