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결국 기업이다]혁신성장 외치며 대기업 지원 '모르쇠'…재정 지출에만 올인

■잘못된 처방 반복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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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정부가 청년일자리·지역 문제를 해결한다며 3조9,000억원짜리 추가경정예산안을 내놓자 난데없이 수소차 차별 논란이 제기됐다. 구조조정 지역을 돕기 위한 ‘친환경 대체산업 육성’ 사업에 전기차는 포함됐지만 수소연료전지전기차 보조금 증액은 쏙 빠져서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특정 업체만 이익을 얻을 수 있어 편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수소차가 현대자동차의 ‘넥쏘’뿐이라는 점에서 현대차만을 위한 추경 편성은 곤란하다는 뜻이었다. 이를 두고 소비자와 정치권의 반발이 거셌고 결국 지난달 확정된 추경안에는 수소차 보조금이 되살아났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 들어 유독 대기업을 겨냥한 감시와 견제가 부쩍 확대됐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기업들이 대응하기 가장 곤혹스러워하는 부분은 앞선 현대차처럼 ‘정치적 판단’에 따라 기업 정책이 좌우되는 경우다. 비슷한 사례는 반도체에서도 관측된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굴기’를 내걸고 10년간 17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우리 정부는 역행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반도체 연구개발(R&D) 2018년 예산은 2014년 대비 42%가 줄어든 343억8,000만원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한 특혜를 부담스러워한 조치로 보인다”며 “정부가 오직 시장 상황과 경제만 보고 판단해주기를 바란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고용정책을 비롯해 예산과 세제 등 모든 기능 역시 ‘반(反)기업’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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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은 16.4%나 뛰어올랐고 다음달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인건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반면 올해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로 인상됐고 대기업 R&D 세액공제는 줄어드는 등 원가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가뜩이나 원화 강세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졌는데 이대로라면 글로벌 기업들과 겨루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셈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 경쟁력을 높여주거나 새로운 산업에 뛰어들게 해야 하는데 이대로라면 일자리 확대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경쟁력을 키워줄 규제 혁신이나 노동시장 이중구조(근로자 내 양극화)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KDI의 한 관계자는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소득주도성장으로 소비 여력이 확대되더라도 국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음에도 지난 1년간 정부 고용정책 성과가 ‘쇼크’로 귀결된 것도 이 같은 정부의 실책에서 비롯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목소리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소득주도성장론에만 치우쳐 재정 투자를 늘릴 뿐 혁신성장은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11조원의 일자리 추경에도 저소득층의 가계소득이 늘지 않자 기업을 육성하는 대신 어르신 일자리 확대 같은 땜질 처방을 내놓는 식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전체 규모가 커지고 산업생태계에 활력이 생겨야 일자리도 생기고 소득 재분배도 가능해진다”며 “기업 활력이 없으면 소득주도성장은 지속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진혁기자 박형윤기자 liberal@sedaily.com

세종=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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