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집값 하락 리스크 떠안은 모기지…4兆 취급한 은행 '부실뇌관' 되나

올 주택시장 하락 전조 보이는데

정부 '비소구 정책모기지' 문턱 낮춰

집값 급락땐 은행이 손실 불가피

'은행재원 디딤돌' 지방 위주 불안

"금리 높여 부실화 선제 대비를"

0415A11 디딤돌



정부가 내놓은 ‘비소구(유한책임형) 정책모기지’ 확대정책이 향후 은행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경제위기 등으로 집값이 급락할 경우 대출을 내준 은행이 손실을 떠안도록 상품 구조가 설계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비소구 정책모기지에 한해 금리를 가산하는 등의 방식으로 충격을 미리 완화할 수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디딤돌대출·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에 대해 비소구 대출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비소구 대출은 집값이 대출액 이하로 떨어지더라도 차주(借主)에게 집값만큼만 유한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다. 예를 들어 2억원 대출을 내 3억원짜리 집을 샀다가 집값이 1억8,000만원으로 떨어졌다고 가정할 경우, 기존 대출은 담보(집)를 은행에 넘기고도 나머지 2,000만원을 마저 갚아야 하지만 비소구 대출은 집만 포기하면 나머지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

디딤돌대출은 원래 연소득 5,000만원 이하 무주택부부만 받을 수 있었는데 정부는 이달부터 합산 6,000만원 이상으로 소득 기준을 완화했다. 생애최초 주택 구입 가구에 대해서는 연소득 제한을 7,000만원까지 올려줬다. 유한책임제가 적용되지 않았던 보금자리론도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에 한해 신청이 가능하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비소구 대출 확대정책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가 비소구 대출을 확대하면서 은행들의 부실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산 유동화 등 별도 대응책을 세우지 않아서다. 디딤돌대출의 경우 올해 집행 목표액 9조8,000억원 중 4조원을 디딤돌 취급 은행인 우리·국민·기업·농협·신한은행 등 5개 은행들이 자체 재원으로 내줘야 한다. 이들 은행은 디딤돌대출과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차를 정부로부터 이차(利差) 보전받는 방식으로 대출을 내주고 있다. 만약 집값이 급락하면 이 은행들은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15년부터 유한책임 대출사업을 시범 실시한 후 손실률이 0.001%에 불과해 은행 부실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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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올 들어 집값 하락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5월 전국 주택가격은 전달 대비 0.03% 내려 2013년 8월 이후 57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재건축 규제, 양도세 중과 등의 영향으로 시장이 얼어붙었고 우리 경제가 불황 단계로 진입할 경우 하락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집값 상승기에는 아무런 문제 없이 돌아갈 수 있는 제도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블랙스완(예상치 못한 위기)’이 올 경우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재원 디딤돌대출이 주로 비(非) 투기과열지구 등 지방권에 몰리는 것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은행 재원 디딤돌에도 비소구 대출을 적용하면서 지방 위주로 대출이 실행되도록 방향을 잡았다. 전문가들은 집값 급락 시 서울이나 수도권은 어느 정도 가격을 방어할 수 있지만 지방은 낙폭이 더 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책모기지 내의 비소구 대출과 일반 대출의 금리가 동일한 상황에서 소득 문턱까지 대거 낮아짐에 따라 비소구 대출 신청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비소구 대출에 주택 구입자의 리스크를 줄이는 유인이 있는 만큼 금리를 더 높여 향후 은행권 부실화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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