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교류가 활발해지고 경제 교류가 활성화되면 돈 있는 사람들이 더 돈을 버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백낙청(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5일 서울 정동의 한정식당에서 열린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창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통일에 앞서 남북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발생할 경제 사회적 변화를 이같이 예상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가지고 재벌 위주의 경제협력이라고 하는 것은 너무 완고하고 편협한 생각”이라며 “민간 및 시민 사회 교류를 비롯해 ‘교류의 총량’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기업의 북한 진출에 대해 북한도 재벌공화국으로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렇게 재벌 마음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들은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또 시민사회는 시민사회대로 할 일을 늘려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 명예교수는 6·12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낙관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선언이 발표될지는 모르지만 상당히 이를 추구하고 희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가능하다는 암시를 줬고 내가 트럼프라면 종전 선언을 하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간 ‘변화의 시대를 공부하다’는 백 명예교수가 교수·문인·시민운동가 등 총 30명의 전문가와 ‘창비 담론 아카데미’에서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논의한 후 나온 결과물이다.
백 명예교수는 남북 및 북미 관계가 급진전할 수 있었던 이유로 촛불 항쟁을 꼽았다. 그는 “촛불 항쟁이야말로 시민 참여의 임무를 멋들어지게 수행한 결과”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각자 나름의 계산이 있었겠지만 ‘촛불 정부’가 들어서지 않았더라면 남북 관계가 이렇게까지 피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걱정했던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취소하고 미국이 이를 더욱 압박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피하고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했는데 개인의 진정성만을 믿고 (북한과 미국이) 움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이 참여한) 촛불 혁명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남한 정부도 함부로 말을 하지 않고, 아무리 미국이 강하더라도 한국에 명령하면 말을 잘 듣고 그런 정부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백 명예교수는 그동안 주장해온 분단 체제 극복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가 있어야 극복 과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다는 ‘시민 참여형 통일’을 비롯해 남북연합 등 통일을 향한 발걸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제 분단체제 극복을 위해 시민 참여형 통일 과정과 남한의 변혁적 중도주의, 그리고 어떤 남북연합을 만들고 어떤 사회를 한반도에 건설한 것인가를 한층 구체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남북 교류가 앞으로 더욱 많이 이뤄지는 상황을 살펴볼 때 통일을 향한 ‘남북연합’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