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의 길음뉴타운 등 주요 단지들은 주로 2000년대에 완공돼 신축 아파트로 분류되지 않고 재건축사업과 같은 개발 호재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성동구, 종로구, 중구, 서대문구 등의 다른 강북지역 아파트 값이 급등했던 지난해 성북구 아파트 값 상승세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정부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가 주춤해지는 동안 성북구 아파트에는 실거주 위주의 수요가 몰리며 시세 상승률이 두드러지고 있다.
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5월 마지막 주(26~31일) 성북구의 주간 아파트 평균 매매 시세 상승률은 0.18%로 넷째주(19~24일)의 0.14%에 이어 2주 연속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성북구의 주간 아파트 평균 매매 시세 상승률은 4월 둘째 주(7~12일) 0.44%를 기록해 서울 1위로 올라선 이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성북구 아파트 시세 상승을 주도하는 단지는 길음뉴타운에서도 지하철4호선 길음역과 가까운 6, 8, 9단지로 꼽힌다. 특히 역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의 6단지는 올해 1월 5억 8,500만~6억 5,000만원에 거래됐던 전용면적 84㎡ 매물이 4월 7억 8,000만원에 거래됐고 최근에는 호가가 최고 7억 9,000만원까지 높아져 있다. 길음동 부동산114OK공인의 장미영 대표(서경 펠로)는 “매물이 많지 않은 가운데 호가가 높아져도 거래는 이어지고 있다”며 “길음2재정비촉진구역에서 내년 2월 입주 예정인 대단지 래미안길음센터피스(2,352가구) 분양권 웃돈 시세가 3억원 이상으로 오르면서 주변 길음뉴타운 단지들도 따라서 오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인근 돈암동에서도 2016년 12월 입주가 시작된 신축 단지인 돈암코오롱하늘채의 전용 84㎡ 매물이 지난 2월 6억 1,000만~6억 7,000만원대에 거래됐다가 최근 매매 호가가 7억 2,000만~7억 3,000만원대로 높아졌다.
성북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들은 지난해까지는 전세가율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유지돼 전세와 매매 시세의 차이를 이용한 갭투자가 많이 이뤄졌으나 올해 들어서는 매매 시세의 상승에 따라 갭투자 수요가 주춤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성북구 아파트의 시세 상승세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서울 아파트 시장이 투자 대신 실거주 수요 중심으로 재편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을지로, 광화문, 종로 등 도심에 대한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주택을 찾는 수요가 성북구 아파트 시세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그 동안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세 상승세가 덜했던 지역이 뒤 따라 시세가 오르는 ‘갭 메우기’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