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LG '4세 경영' 속도전...구본준 독립 빨라지나

구 부회장 사업보고회 주재권한

하현회 부회장에 넘긴데 이어

하반기 내 계열분리 전망까지

구광모 곧 사장급 이상 승진 전망




LG그룹이 구본무 회장 타계 이후 재계 예상을 깨고 초스피드로 ‘4세 구광모’ 체제 안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로의 후계 승계를 공식화한 가운데 구 상무가 빠른 시일 내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여건들이 착착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에서는 올 하반기 내에 3세인 구본준 LG 부회장의 그룹 경영 퇴진과 계열분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LG 측은 구 부회장의 독립경영 시점을 못 박기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지난 4일부터 계열사별 사업 성과를 점검하고 경영 계획을 짜는 사업보고회를 진행하고 있다.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부장들이 그룹에 직접 보고하는 형태로 매년 두 차례(6월·11월) 열리는 중요 회의다.

구 부회장은 투병 중이던 구 회장을 대신해 지난해 열린 두 차례 보고회를 주재했지만, 이번에는 하현회 ㈜LG 부회장이 주재한다. 이에 대해 LG의 한 관계자는 “(주재 권한을 넘긴 것은) 구 부회장의 의지로 안다”면서 “승계의 방향성 자체가 구 상무로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4세 체제 안착에 부담을 주기 싫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 부회장이 그룹 핵심 경영 현안을 다루는 사업보고회에서 스스로를 배제한 것은 예상을 깬 조치다. LG 측은 구 회장 타계 때만 하더라도 “구 상무 중심으로 새로운 경영 체제가 꾸려지겠지만, 당분간 구 부회장의 역할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재계에서는 이 같은 빠른 변화가 가능한 것은 베테랑 전문경영인인 6인의 부회장이 계열사를 책임 경영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졌기 때문으로 본다. 오너 일가를 대신해 이번 사업보고회를 주재하는 하 부회장만 하더라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핵심 사업부장, ㈜LG 시너지팀 팀장을 거친 잔뼈 굵은 전문경영인이다. 이런 그룹 최고경영진 구성 덕에 40대 초반의 젊은 구 상무로의 경영 승계가 빠르게 이뤄져도 크게 무리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실제로 구 상무는 사업보고회에는 참석하지 않지만 조만간 그룹 주요 현안에 대해 공유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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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4세 경영 체제 전환의 최대 변곡점은 구 상무가 그룹 지주사인 ㈜LG 이사회에 진입하는 오는 29일 임시 주주총회다. 구 상무는 이날 주총에서 등기임원에 선임된 후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되고, 이와 함께 그룹 총수에 걸맞은 직급으로 승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LG 대표이사는 구본무 회장과 하 부회장 2인이다. 구 상무는 이사회 후 대내외적으로 총수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장급 이상으로도 승진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구 상무의 그룹 경영 활동 본격화와 맞물려 구 부회장의 독립경영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다. LG 안팎에서는 “구 상무 체제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계열분리 등의 작업이 지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장자 승계가 이뤄지면 선대 형제들은 경영에서 물러난다’는 LG가(家)의 장자 승계 전통에 따라 구 부회장이 계열분리 해 나가는 것이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어떤 사업이 독립돼 나갈 지 관심사다.

구 부회장이 종잣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은 그가 보유하고 있는 ㈜LG 지분(7.72%) 가치 1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전자업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미래 신사업을 총괄하면서 전장 사업 분야에 큰 관심을 보였다는 점에서 각 계열사의 주요 부품 관련 사업을 거둬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 사정을 잘 아는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의 핵심 신성장 사업 몸통까지는 아니어도 이와 관련된 사업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 부회장이 경험이 있는 상사 부분과 시스템 반도체 관련 사업이 계열분리 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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