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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식량일기' 식량이냐 식구냐 해결 못한 딜레마

‘‘식량일기 닭볶음탕 편’(이하 ‘식량일기’)의 ‘진심’은 언제쯤 통할 수 있을까. 관심과 애정을 쏟은 동물을 식량으로 볼 수 있냐는 논란은 두 차례 방송 후에도 여전히 프로그램을 옥죄고 있다.

6일 방송된 tvN ‘식량일기’는 지난 방송에 이어 새로운 병아리들이 부화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출연자들은 미처 부화하지 못한 달걀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집중 논의됐다. 이로 인해 병아리들을 닭으로 키운 후 과연 잡아먹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예견된 논란이였다. 첫 방송 이후 일부 시청자와 동물단체는 방송의 취지를 비판한 바 있다. 제작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식재료의 소중함을 조명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라며 “닭볶음탕에 들어가는 식재료가 식탁에 오르기까지 과정을 담아내려고 하니 좀 더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두 번째 방송에서는 지금껏 닭 요리를 먹으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같이 이야기하자는 듯 논란을 정면 돌파했다. “세상의 수많은 음식 모두가 생명이었고, 누군가의 애정을 받았을지 모르는데 우리는 맛있게 먹고 있다”며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던졌다.

출연자들도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 닭을 잡아먹어도, 잡아먹지 않아도 부정적 반응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예상했다. 키운 닭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넘어 누가 죽이는 게 낫냐는 것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모두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판단이 달랐다.


이수근은 “어릴 때 닭 키우면 다 식량으로 키웠던 거지 관상용으로 키웠던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과정(달걀 부화)까지는 안 겪는다”며 혼란스러워했다. 부화기를 들여다보며 기다린 21일의 시간은 병아리를 단순히 식량으로만 대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의 의견이 가장 많이 갈리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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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송에서도 ‘불편한 진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결론은 등장할 수 없었다. 부정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은 이와 같은 고민을 예능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출연자들에게 가혹하다는 의견부터 시골과 도시의 상황이 다른데 이런 방식으로 식자재의 소중함을 알아보는 것은 다소 가학적인 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제작진의 의도에 공감하는 이들도 있다. 우리가 먹고 있는 식량도 누군가의 애정을 받고 커온 것일 수 있으니 그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반응이다. 한편에서는 닭 소비가 늘어나면서 이뤄지고 있는 공장식 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난 동물을 필요한 만큼만 적절히 소비하자는 주장이다.

논란이 커지면서 출연자들의 행동에 따른 윤리적 판단도 어렵게 됐다. 이수근, 태용, 닉, 유아는 달걀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지 못한 병아리를 나무 밑에 묻어줬다. 어차피 식량으로 최후를 맞게 될 생명의 이른 죽음. 제작진은 슬픈 음악을 깔며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방향을 택했다. 이 온도가 끝까지 유지될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다음 주 방송에서는 부화하지 못한 달걀을 처리하는 문제로도 출연자들끼리 갈등을 빚을 것을 예고했다. 프로그램의 취지를 떠나 또 하나의 무거운 화두를 던진 셈이다. ‘식량일기’를 둘러싼 엇갈리는 시선은 쉽게 잠잠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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