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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간 기증한 아들들 간이식 병동서 희망 심는다

서울아산병원 최진욱·형민혁씨




학생 시절 서울아산병원에서 아버지에게 간을 각각 기증했던 최진욱(왼쪽)·형민혁(오른쪽)씨가 같은 병원 간이식 병동의 전문의·간호사가 돼 이식 환자와 가족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병동에는 말기 간 질환으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아버지에게 각각 간을 기증했던 젊은 의료진이 둘 있다. 최진욱(31) 외과 전문의와 형민혁(25) 간호사의 배에는 15㎝가 넘는 수술 흉터가 있다. 모두 간이식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교수팀이 집도했다.

두 사람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간이식 병동을 자원했다. 간이식 수술을 받았거나 수술 대기 중인 환자와 가족에게 기증 당시의 경험과 현재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아버지 이야기를 해주며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들의 아픔과 절실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두 사람은 이곳에서 ‘희망의 아이콘’으로 통한다.


최 전문의는 고3이던 지난 2006년 간경화를 앓던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했다. 어린 시절부터 간 질환으로 고생하던 아버지를 지켜보며 환자를 위한 삶을 결심한 그는 2013년 울산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 외과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올해 3월부터 간이식·간담도외과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간이식 팀에서 근무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면서 “이식을 받고 회복 중인 중환자를 돌보느라 하루 2~3시간씩 쪽잠을 자야 하지만 환자들이 부모님 같아 한시도 소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태어난 딸을 바쁘다는 핑계로 두 차례밖에 보지 못해 딸과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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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간호사는 대학 1학년이던 2014년 간암을 앓던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했다. 그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앓은 B형간염이 간경화에서 간암으로 악화돼 간 절제술과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1년 만에 재발했다.

간 질환으로 고생하던 아버지를 지켜보며 간호사의 길을 결심한 그는 2013년 서울대 간호학과에 진학했다. 서울아산병원 외과 중환자실 인턴을 거쳐 지난해 7월 간이식 병동의 정식 간호사가 됐다. 형 간호사는 “아버지의 투병과 간 기증 경험은 간이식 환자들과 공감하며 간호할 수 있는 특별한 자산”이라며 “중환자들이 많은 병동이라 고단하지만 4년 전 간이식 수술을 받았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4월 말기 간 질환으로 딸의 간을 이식받은 50대 가장 정모씨는 “간이식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을 거쳐 간이식 병동으로 올라왔을 때 아들 같은 최 선생님과 형 간호사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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