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샹그릴라 안보대화에서 본 북미 싱가포르 회담

북미회담 성공적으로 끝나도

평화협정까진 장애물 수두룩

주변국과 선제적 소통 노력을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세계적으로 규모와 영향력이 가장 큰 안보 담론의 장인 샹그릴라 대화가 지난주 말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올해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인도태평양전략과 함께 단연 오는 12일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이었다. 샹그릴라 대화 현장에서는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불안감과 의구심이 많았지만 한편으로 희망과 기대도 공존했다. 회담 결과는 예측불허지만 북미 정상의 간절함이 회담의 동력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어 돌파구가 필요하다. 딜(deal)을 해야만 거래가 성사되는 삶을 살아왔고 잘만 하면 노벨평화상과 함께 수십 년 묵은 난제를 해결한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김정은은 김정은대로 싱가포르행 항공기에 몸을 실을 이유가 있다. 최근 군 인사를 보면 북한 군부의 강한 반발도 감지된다.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고 인민들에게 한 약속도 있다. 멈추면 ‘왜 시작했느냐’ 욕먹는 구조다. 이 때문에 트럼프와 김정은은 그대로 가야만 뭐라도 손에 쥘 수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제 호랑이 등 위에 같이 올라탔고 이익공동체가 됐다.

그 이익공동체는 접점을 찾으려 할 것이다. 트럼프의 승리로 보이게 하면서도 김정은도 배려하는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가 11월 미 중간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정도의 성과를 내야 하고 김정은은 그렇게 할 수 있다. 겉은 일괄타결이면서 속은 단계적·동시적 타결이 될 것이다. 미북 간 6대4 비율로 합의한다면 서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가, 미국은 또 다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대북 비적대(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antagonizing)’가 접점이다.


이제 결과는 북미 두 정상에게 달렸다. 한국 정부는 성공적인 북미 회담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정부가 역점을 둔 남북미 3자 종전 선언이 어떤 형식과 내용을 담는지 알 수 없지만 종전 선언까지 같이 동참하게 되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만약 한국 참여의 종전 선언이 불발하더라도 너무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한다. 불발하더라도 회담의 역사적 의미가 감소되지 않는다. 판문점 선언이 사실상 남북 간 종전 선언이었다면 싱가포르 선언도 사실상 북미 간 종전 선언이다. 싱가포르 선언에 평화협정 논의가 들어간다면 종전 선언의 효과가 충분히 나는 것이다. 한국의 참여도 중요하지만 북미 간 적대를 청산하고 평화협정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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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걱정은 한국의 속도전에 브레이크가 될 수 있는 관련국들의 오해와 ‘딴지’에 있다. 중국은 판문점 선언의 3자·4자 논란으로 감정이 상당히 상했다. 중국은 평화협정의 최종 서명식에만 ‘초대’된다고 오해했다. 이제 그 오해는 다소 풀렸지만 섭섭함은 그대로 남아 있는 만큼 종전 선언에서 평화협정으로 가는 동안 한중 간 소통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비핵화에 집중해야 할 북미 정상회담에 중거리미사일과 납치자 문제를 넣으려는 일본의 재 뿌리기는 이미 정도를 넘어섰지만, 화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한국은 북미 회담 때처럼 북일 간 회담을 주선하고 일본의 관심 사안 해결에 도움을 줌으로써 어떤 식으로든 안고 갈 수밖에 없다.

설령 북미 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도 진짜 도전은 그다음부터다. 실질적인 이행 여부가 정말 중요하다. 북미 간 신뢰가 아직 부족하고 언제든지 서로 강력히 비난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다. 북미가 각자 내부 사정으로 서로 약속을 이행하려 하지 않거나 또 다른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평화협정 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해 남북미중 4개국 외교국방장관 회의를 조속히 개최해볼 만하다.

트럼프는 그동안 우리가 익히 봐왔던 리더는 아니다. 어쩌면 역사는 이런 비전형적 인물의 사고와 행동에서 만들어질지 모른다. 한반도 상황에서만큼은 이미 기인(奇人)이 아닌 귀인(貴人)이다. 싱가포르에서 낭보가 전해지기를 간절히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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