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5일 기준 건고추 600g의 도매가격은 1만1,800원으로 평년 대비 64% 급등했다. 가중치가 높은 쌀도 20㎏ 가격이 4만4,600원으로 평년보다 12.8% 뛰었고 오이 100개는 43.7%, 무 1개도 26.7%로 상승 폭이 컸다. 17개 주요 농산물 중 10개 품목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지난 4월 기준 우리나라의 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2.9%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0번째로 높았다. 석 달 만에 20계단이나 뛰었다.
치솟는 식품 물가는 가계의 밥상 물가는 물론 외식업 자영업자의 식재료 값도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는 생계비의 핵심인 식비 안정을 위해 올해 수급조절 매뉴얼 개편, 관측 고도화 등 농산물 수급가격 안정 시스템을 다각적으로 구축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성과가 미미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파종·정식기부터 수급조절 매뉴얼에 따라 조치하는 방안은 이제 연구용역을 끝내 올해 말에나 개편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 관측도 강원도 일부 농지에서만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급조절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사이 올해 쌀은 37년, 감자는 24년 만에 최고치로 값이 치솟는 등 가계살림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
주거비 안정도 지지부진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5년간 청년주택 25만실을 공급하고 대학가 주변 임대주택을 청년기숙사로 탈바꿈하는 등 청년주거 지원을 늘리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집값 하락, 생존권 침해 등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진전이 더딘 상태다.
정부가 직접 생계비를 낮춰주겠다는 명분에 몰두하느라 시장 왜곡 논란마저 키웠다. 정부가 추진 중인 보편요금제는 2년마다 적정 요금을 정부가 결정하게 돼 있다. 사실상 정부가 통신비를 일괄 책정하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김도훈 경희대 교수는 “정부가 개입하면 장기적으로 시장 비효율이 초래되는 만큼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논리로 요금 인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