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은행권 대출 죄자 증권사로 몰리는 개미

은행보다 높은 6~7% 금리에도

돈빌려 주택자금 마련 등에 사용

주가 하락 땐 증시 뇌관 될수도




개미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빌린 자금 규모가 30조원을 넘어섰다. 주식시장의 강세를 예상한 투자수요도 늘고 있지만 시중은행 대출규제가 심해지자 손쉬운 증권사 대출로 급한 불을 끄려는 개인도 적지 않아 보인다. 증권사들은 대출수요가 한도에 육박하자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자수입에 웃음을 짓고 있다. 급증하는 신용공여 잔액이 증권사 배를 불리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증시 불안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현재 신용거래융자 12조4,985억원, 예탁증권담보융자 18조6,907억원 등 증권사 대출금액이 31조1,892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총 26조5,332억원에서 올 들어 5조원 가깝게 증가한 수치다. 이달 들어서도 4일까지 2거래일간 신용거래융자 654억원, 예탁증권담보융자 17억원이 늘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으로 통상 주식시장이 오를 때 늘어난다.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린 지난해에만 3조원 넘게 늘었고 올 들어서도 연초 9조8,395억원에서 4일 12조5,640억원으로 27% 증가했다. 자금이 풍부한 외국인이나 기관보다는 개인이 신용거래융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코스닥은 9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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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탁증권담보융자는 보유한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는 일종의 증권담보대출이다. 신용거래융자처럼 주식을 사는 데도 쓰지만 개인의 경우 사업자금을 비롯해 주택자금·생활비 등 용도가 다양하다. 특히 은행권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주식담보대출로 자금 마련에 나서는 개인들이 적지 않다. NH투자증권(005940)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좀 더 들고 가기를 원하는 투자자들이 단기 목적으로 자금을 이용하는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자녀 학비, 부동산 매매비용 등으로 사용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금융 당국이 은행권 대출을 옥죄면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지자 큰 제약이 없는 증권사를 통해 대출받는 풍선효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신용거래융자와 주식담보대출이 늘어나자 증권사는 ‘이자 장사’로 재미를 보고 있다. 올 1·4분기 미래에셋대우(006800)는 신용거래융자 이자로 378억원, 예탁증권담보대출 이자로 307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등 대출이자로만 총 686억원을 벌었다. 이어 KB증권(416억원), 한국투자증권(415억원), 삼성증권(016360)(377억원), NH투자증권(376억원), 키움증권(347억원), 신한금융투자(238억원) 등도 1·4분기에 늘어난 이자수익 덕분에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과거에는 ‘가욋돈’ 수준이던 이자 수수료가 이제는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증권사 대출은 평균 금리가 6~7% 수준이라 은행권에 비해 높은데다 주가 하락 시에는 반대매매 등이 발생할 수도 있어 투자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도 이를 우려해 증권사에 대출 자제를 요청할 정도다. 증권사들도 대출금이 한도에 육박하자 열기가 과열된 일부 남북 경협주의 신용거래융자를 차단하고 대출한도를 낮추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오는 9월부터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100%에서 200%로 확대되기 때문에 증권사를 통한 대출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의 경고와 한도 소진으로 숨 고르기 중인 증권사들은 대출 증가에 따른 이자수익 확대를 기대하며 표정관리를 하는 눈치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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