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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사회적 재난, 어떻게 개인의 책임이 됐나

■브래드 에반스·줄리언 리드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참사 후 100일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빗댄 발언들이 방송과 신문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참담함에 고개를 숙였던 이들 가운데서도 ‘개인에게 불어닥친 비극에 충분히 슬퍼했으니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세월호 참사=교통사고’ 프레임은 구조실패 등에서 드러난 국가의 무능을 덮고 재난을 개인의 불행 따위로 치부하게 만들었다.

재난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린 사례는 세월호뿐만이 아니다. 메르스가 창궐했던 당시에는 적개심과 혐오감이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근거 없는 소문 속에 최초 감염자는 물론 무고한 시민들이 혐오의 도마 위에 차례로 올려졌다. 전염병에 철저히 대비해 타인을 위험에 빠뜨리지 않아야 할 의무를 저버렸다는 죄목이었다.


정치철학자인 브래드 에반스와 줄리언 리드가 쓴 ‘국가가 조장하는 위험들’은 안전할 권리, 그리고 안전을 회복할 권리가 국가가 아닌 개인의 책임이 된 현실을 지적하며 그 배경으로 신자유주의를 꼽는다. 20여년에 걸쳐 사회적 국가가 훼손되면서 위험에 대비하고 재난을 극복할 책임이 개인에게 전가됐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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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그 증거로 ‘회복력(resilience)’이라는 개념을 소환한다. 유엔은 회복력을 “시스템, 공동체, 또는 사회가 잠재적 유해성에 노출되었을 때, 충분한 수준의 기능과 구조에 도달하고 그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저항하거나 변화함으로써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위험을 극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능력이다.

2011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9·11테러 10주년을 맞아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연설하며 미국 시민들의 위대한 회복력에 찬사를 보냈다. 위대한 회복력은 다른 말로 감내와 망각이다. 회복력이 뛰어난 사회는 순응적이며 안전망이 사라진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지워버린다. 저자들이 기후변화가 인간 활동의 결과임을 내포한 ‘인류세’라는 개념부터 사회 곳곳에 녹아든 회복력 개념을 줄줄이 소환해 해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만원


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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