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치주 펀드’의 대명사라고도 불렸다. 저평가된 종목들을 발굴해 150% 이상 수익을 내고 순자산은 한때 1조6,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바로 ‘이채원 펀드’로 유명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얘기다.
자산운용업계 전설로 남을 것 같았던 한국밸류자산운용의 간판 펀드 ‘한국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이 끝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3월 순자산 1조원 벽이 무너진 후 지난 1월1일 6,865억원까지 떨어졌다. 올 상반기에는 888억원이 추가로 빠져나가 이제는 6,000억원대도 유지하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도대체 이 펀드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한국투자밸류10년투자증권투자신탁1(주식)(C)’ 펀드 순자산은 6,03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5년 5월 1조6,406억원까지 늘어났던 자금에서 3년 만에 1조원 이상이 빠져나간 것이다.
이 펀드는 2006년 출범 첫해 23% 수익률을 올리며 순자산 1조원을 돌파했고 출시 2년 차에는 53.63%의 수익을 올렸다. 그러다 상승세가 고꾸라진 것은 최근 2~3년 사이다. 잇따른 운용역 이탈, 시장 상황에 따른 수익률 부진, 환경 변화에 대처하지 못한 철학 등 세 가지 함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시니어급 베테랑 펀드매니저들의 이탈이 위험요소로 작용했다. 10년 차 이상 부장급 매니저는 단 두 명을 빼고 최근 1~2년 새 회사를 떠났다.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펀드 운용역이 변경되는 것을 가장 큰 ‘리스크’로 인식한다”며 “기관 자금부터 기계적으로 빠지고 다음 운용역이 아무리 유능한 인재라도 수익률로 증명하지 못하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여기에 수익률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자금 유출이 계속됐다. 2014년과 2015년 0%대 수익률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4.79%를 기록했다. 유사한 성격의 ‘미래에셋가치주포커스[자]1(주식)C-C5’나 ‘교보악사Neo가치주증권자투자신탁[주식]ClassA’가 각각 18.23%와 12.95% 수익을 안겨준 것과는 대조적이다. 매니저 교체에 대한 불안 속에서 성과도 부진해 신뢰가 회복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회사의 환경 적응력을 지적한다. 이미 펀드 시장 환경이 주식형 액티브펀드에서 인덱스펀드 시대로 넘어갔지만 과도하게 스타 매니저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이 스타 매니저로서 전설로 남을 만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최근 상황을 보면 안타깝기는 하다”면서도 “인덱스펀드 안에서 대부분 상품이 만들어지는 시대로 이미 왔지만 (한투밸류는) 좀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