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10일 두 후보는 상대 후보 때리기에 서로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전투표일(8~9일)을 넘긴 만큼 단일화를 하더라도 효과가 반감되는데다 중도사퇴하는 후보만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 양 후보간 단일화는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이들은 사전투표 전까지만 해도 서로 결단을 촉구하며 단일화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이날부터는 협상 중단을 선언하며 “안철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당선된다(안찍박)”, “김문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당선된다(김찍박)”고 공세를 시작했다.
김 후보는 10일 오전 국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후보 단일화 열망을 이루지 못하고 선거를 치르게 돼 대단히 죄송하다”며 “안철수 후보를 찍으면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다. 분열하고 소멸할 정당과 후보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 후보는 “안 후보는 박원순 시장을 7년 전에 만들어 낸 산파이자 장본인”이라며 수위를 높였다.
안 후보도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유세 중 기자들과 만나 “제가 박 시장 4년 추가 연임을 저지하러 야권 대표선수로 나섰다”면서 “김 후보는 이후 합류해서 결국 박 후보 당선을 도와주는 역할밖에 하지 않았느냐”라며 역공을 펼쳤다. 안 후보는 김 후보의 ‘안찍박’론에 대해선 “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나온 게 확실한 것 같다”면서 “김문수를 찍으면 박원순이 된다”고 야권표 결집을 호소했다.
안 후보 측은 김 후보의 중도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김철근 공보본부장은 이날 논평에서 “김 후보가 사퇴하지 않고 완주하는 것은 견제를 열망하는 야권 표심의 분열만을 가져올 뿐”이라며 “박원순 7년을 심판하려는 서울시민을 위해 김 후보는 후보 사퇴라는 애국적 용단을 내리라”고 촉구했다. 안 후보 측은 2010년 경기지사 선거 때 투표일 사흘을 앞둔 일요일 국민참여당 유시민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후보직에서 사퇴한 진보신당 심상정 후보 사례도 거론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단일화를 전제로 한 어느 한 후보의 중도 사퇴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후보 모두 지방선거 이후 예상되는 야권발(發) 정계개편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중도사퇴가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