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인터뷰] 정기욱 트러스트버스 대표 "사기성 ICO 막으려면 규제 샌드박스 필요"

암호화폐공개 시장 규제 필요성 강조

현재 ICO의 90% 이상이 비정상

자격 갖춘 스타트업만 선별 허용

문제 생기면 규제하는 방식 시급




“사기성 암호화폐공개(ICO)를 근절하려면 발행자격을 갖춘 스타트업에만 ICO를 허용하고 발생하는 문제점을 사후에 고치는 규제샌드박스가 필요합니다.”


암호화폐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 스타트업인 트러스트버스의 정기욱(사진) 대표는 현재 ICO의 상당수가 변질됐고 거품이라고 단언한다. 최근 서울 한양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 ‘블록체인 테크비즈’ 콘퍼런스 강연을 마친 후 만난 그는 “ICO 시장에 불법 피라미드 판매가 판치는 상황에서 적절한 규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정부가 ICO 금지 방침을 밝힌 후 ICO 시장의 혼탁 양상이 심화했다는 것이 정 대표의 진단이다. 그는 “현재 ICO의 90% 이상이 비정상이라고 봐야 한다”며 “자격·능력 없는 업체들이 재빨리 암호화폐 이더리움만 챙기겠다는 심산으로 ICO에 나서는 만큼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ICO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정적 입장만 지속될 경우 음성적이고 투기적인 ICO가 계속 시장을 흐릴 것으로 봤다. 정 대표는 “금융시장의 투자적격기관처럼 ICO 발행 자격조건을 붙여 선별 인가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규제하는 방식이 유일한 해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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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시카고대 MBA를 졸업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 전략컨설턴트, 시스코시스템즈 상무, 국토교통부 스마트시티 전문위원을 거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다. 스타트업 시장을 경험한 그는 강연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ICO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ICO 추진을 속칭 ‘별나라로 간다’고 표현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ICO 홈페이지 구축, 이슈 몰이 세력 등을 구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 ICO를 한 번 추진하는 데 수억 원이 들 정도로 시장이 과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몫 챙기는 것이 목적이고 ICO를 위해 스타트업을 하나 더 만드는 것에 불과한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며 “이 같은 스타트업의 지속가능성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제안하는 ‘진짜 ICO’ 구별법은 스타트업 구성원의 전문성과 그 스타트업이 과거 사업에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는지다.

그는 “암호화폐가 기존의 자본주의 틀에 대항하기 위해 탄생했지만 ICO에 성공한 기업들이 더 자본주의화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다만 암호화폐 사용자가 늘고 변동성이 줄면서 자산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ICT 벤처 에임투지의 박형준 대표와 함께 트러스트버스를 세웠다. 고객자산인 토큰을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 기술로 관리해 수익을 높여주고 토큰의 증여·상속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내년 초 본격적인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암호화폐·블록체인 생태계는 결국 기술이해도와 시장을 유지하는 속도에 달려 있다”며 “좋은 것은 발현하고 나쁜 것은 규제하는 활성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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