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3,000만원 없는 외국인도 생계 능력 있으면 귀화 허가해야"

입국 18년된 콩고인, 예금 부족하다며 귀화 불허

불어·영어 능숙... 홀로 자녀 독립적으로 키워

법원 "3,000만원 요건은 경제 자립 확인 수단일 뿐"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청사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청사



귀화 조건인 ‘예금 잔고 3,000만원’이 없어도 생계를 유지할 능력이 있는 외국인은 귀화를 허가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성용 부장판사)는 지난달 25일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A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귀화허가신청 불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콩고에서 고등학교까지 졸업한 A씨는 지난 2000년 한국에 입국했으나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2003년 자녀를 출산해 홀로 양육하던 A씨는 2008년에서야 난민법에 따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았다.


A씨는 프랑스어가 모국어인 데다 올해 텝스(TEPS) 평가에서 843점(Level 1)을 받을 정도로 영어에도 능숙한 인물이다. 그는 종교단체, 사회적기업,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통역, 시간제 강사, 과외교육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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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14년 귀하를 신청했으나 법무부는 지난해 생계유지능력 부족을 이유로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현 국적법에는 3,000만원 이상의 예금잔고증명이나 부동산등기부 등본 등을 귀화허가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당시 A씨의 재정은 385만원가량이었고 연 소득은 1,890만원에 불과했다.

A씨는 “성실하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 수입으로 자녀를 양육하고 생계를 안정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며 법무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소송을 냈다. 법원도 “A씨의 기술 등을 고려할 때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소득을 창출할 능력이 인정된다”며 귀화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3,000만원 요건은 귀화 신청인이 국가 도움 없이도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일 뿐”이라며 “A씨는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국내에서 1년 이상 고용관계를 요구하는 직장에 취업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사정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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