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3학년 김모(14)군은 대치동에 있는 2곳의 단과학원에서 국어·영어·수학 등 3과목의 수업을 듣고 있다. 자녀라고는 김군 밖에 없는 어머니 박모씨는 현재 다음달 시작되는 여름방학 기간 아이를 보낼 썸머스쿨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박씨는 “흔히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교 1학년 전 과정 선행학습을 위해 윈터스쿨을 많이 보내는데 아무래도 여름부터 보내면 적응하기도 그렇고 더 좋지 않겠냐”며 “한 달에 300만원 정도 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기숙학원이 한두 곳이 아니라 학원측이 제공하는 정보만으로는 선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초·중·고 학령인구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입시를 위해 학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폭증하고 있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초·중·고 학령인구(6~17세)는 582만8,000명으로, 5년 전인 2012년 682만1,000명, 10년 전인 2007년 786만9,000명에 비해서는 각각 15%(99만3,000명), 26%(204만1,000명) 줄어들었다.
반면 입시·검정·보습학원 총 수강자는 2007년(227만명) 대비 무려 134%(304만4,000명) 수직 상승한 531만4,000명을 기록했다. 이 기간 학원은 3만1,000개에서 4만개로 29%(9,000개) 증가했다. 달리 말하면 학생이라는 수요자는 감소했는데 사교육 수요는 오히려 급팽창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부의 오락가락 입시정책으로 인한 학생·학부모의 불안감 증폭, 공교육에 대한 불신 팽배 등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한 유명 사교육업체 대표는 “정부가 입시제도에 손을 대면 댈수록 학생·학부모의 불안감은 커지게 되고, 그러면 사교육 시장은 더 팽창한다는 게 교육업계에서 수십 년째 통용되고 있는 불변의 진리”라며 “어떤 사람들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공교육 정상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입시제도를 잘 바꾸면 사교육 시장이 움츠러들 것이라고 하는데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저출산으로 말미암은 ‘한 자녀에 사교육비 쏟아붓기’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자녀가 적을 수록 자녀당 사교육비가 많다. 2017년 기준 초·중·고교생 자녀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자녀가 3명 이상일 때 20만8,000원이지만 1명일 경우 29만3,000원까지 올라간다. 한 자녀를 둔 부모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사교육비는 통계청의 표본 설문조사 결과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해법은 입시 정책의 일관성 유지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인근에 좋은 학교가 있는 곳의 집값이 많이 올랐는데 최근에는 이름난 학원이 새로 들어서는 곳 주변의 집값이 뛰고 있다”며 “이는 사교육 의존도가 낮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